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플래티나 데이터 - [리뷰] 통제 사회에서 발버둥치다

효준선생 2013. 12. 14. 07:09

 

 

 

 

 

 

   한 줄 소감 : 국가 시스템에 종속된 일본인들의 퍼스널리티가 끓어오르다

 

 

 

 

 

 

약 국가가 모든 국민의 유전자 정보를 구축하고 그것으로 범죄를 통제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하나만 발견되어도 이 유전자 정보 프로그램에 대입만 시키면 어디서 사는 누구인지 금방 알아낼테니 수사가 필요없게 되는 것이죠. 아마 여기까지 들으면 그것도 괜찮겠다고 하겠지만 사람들에겐 숨기고 싶은 프라이버시까지도 누군가에게 공개된다는 사실이 끔찍한 것입니다. 마치 발가벗고 광화문 거리를 걷는 기분이 들겁니다.

 

 

 


일본 영화 플래티나 데이터에 그런 설정들이 나옵니다. 멀지 않은 미래, 법적으로 허용된 온 국민의 유전자 정보가 대형 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집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아주 사소한 신체의 조각들이 데이터에 입력되는 순간, 이 남자의 온갖 신체적인 특징이 드러나게 되고 그걸로 몽타주를 그려냅니다. 그리고는 국민 중에 이 사람과 가장 닮은 사람을 찾아냅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바로 출동해서 잡아들이는 건 경찰의 몫이고 환호작약하는 이들은 따로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기발한 설정이 전반부에 등장하며 자못 SF 블록버스터의 풍미를 내지만 한 사건의 용의자가 이 시스템을 구동하는 천재과학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바로 추격 액션극으로 옮겨갑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런 얼토당토 하지도 않은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이 범인이겠나 싶은데 워낙 반전이 많은 작가의 작품이다 보니 이런 저런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많지 않으면서도 이런 저런 상황들이 좀 헷갈리게 만듭니다. 기본 골격은 유전자 정보 시스템이 범죄를 제어하는데 어떤 영향을 줄까 였는데, 나중엔 한 개인의 이중인격, 과거사, 연애담까지 섞이며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부차적인 것들입니다. 메시지는 모든 국민이 아닌 소수의 권력층들은 배제되었다는, 이른바 사회고발적 함의를 담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힘없는 국민은 유전자 정보 시스템에다 심지어 폐쇄회로 시스템을 복합해 만든, 그래서 일본에서 사는 한 결코 도망갈 수 없는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고위 권력층은 아예 유전자 정보에서 누락시킨 것이죠. 그러니 완벽하다고 믿은 운영자는 뭔가 이상하다 싶었을 테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또 다른 시스템을 만들던 중 사건이 터진 겁니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에다 자꾸 서브플롯이 섞이며 이야기가 두꺼워지지만, 범인찾기는 의외로 쉽습니다. 용의자일 것 같은 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남은 사람은 몇 없으니까요. 주인공이 자폭할 이유도 없고, 형사로 등장해 주인공을 돕는 정의의 돌쇠가 이런 복잡한 과학적 메카니즘을 다룰 이유도 없구요.

 

 

 


이 영화를 보면서 과학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만약 비인성적인 판단과 결합하게 된다면 참으로 끔찍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래엔 열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발붙이고 살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똑똑한 남녀의 각각의 유전자를 결합해 아이를 만드는 마지막 시스템을 소개하는 장면은 경악스럽습니다.

 

 

 


사람이 좌우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 세상에 와서 살다 저 세상으로 가는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도 과학의 힘을 빌어 마치 자신이 창조주인양 행세하려는 망상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과학자와 쥐뿔만도 못한 권력을 쥐고는 자신들만큼은 통제 영역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싸구려 선민의식을 가진 일부 계층의 사람들의 모습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이 영화는 스릴러적 요소도 있고, 생각하기 쉽지 않은 설정들도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주인공 천재 과학자가 마지막에 읊조리듯 말하던, 사람의 운명, 가능성 그리고 미래를 결정하는 건 과학이 아닌 자기자신의 의지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좀 멀리 돌아온 느낌이 있습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플래티나 데이터 (2013)

Platina Data 
2
감독
오오토모 케이시
출연
니노미야 카즈나리, 토요카와 에츠시, 스즈키 호나미, 나마세 카츠히사,
정보
SF, 액션 | 일본 | 133 분 | 201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