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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 : 홀 - [리뷰] 뜨거운 시청건물을 차갑게 이야기하다

효준선생 2013. 10. 23. 08:05

 

 

 

 

 

  한 줄 소감 : 시멘트 덩어리지만 결국 사람 살라고 만든 것 아닌가

 

 

 

 

 

 

은 아파트 인지란 한달에 한두 집은 인테리어 수리를 하는 모양이다. 내부 철거공사라도 하는 날엔 온 아파트가 드릴 소리에 진동이 전해진다. 며칠 잠잠하다가도 다시 공사를 재개하는 날엔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 우리 집도 그런 날이 올지 모르니까

 

 

 


좁은 의미에서 건축은 낡은 것을 부수고 새 것을 지어 올리는 행위다. 원래 아무 것도 없는 공터라면 모를까 대도시 서울에서의 건축이란 대개가 기존의 것을 허물어야 공간이 나오기 때문에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 : 홀은 철거나 시공 때문에 시끄러운 게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아 시끄러웠다.

 

 

 


관급공사란 원래 좀 그렇다. 참여하기만 하면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해줌과 동시에 이름이 남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시공사의 주간사는 삼성물산이고 그 외에 여러 설계사무소, 감리사무소, 하청업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이 내려지기 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건축가들의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가장 큰 화두는 건축가들의 신경전도 장난이 아니구나 하는 점과 사람이 가장 우선시 되지 못하는 공간은 폭력에 준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서울시청은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의미하는 랜드마크는 대도시에선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하고 내국인에겐 자긍심으로, 외국인들에겐 꼭 가봐야 하는 필수 코스이기 하다. 그런데 지금의 서울 시청은 과연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까

 

 

 


마치 물결이 기존의 서울시청 건물(일부만 남겨진)을 덮치는 듯한 형상의 서울시청 건물은 위압적인 것이 사실이다. 제 아무리 시민친화적인 시장이 재임중이라고 해도 쉽게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실제로 가 본 적도 없다. 이 영화는 바로 이렇게 잡음에서 시작해 결국 완공에 이른 서울 시청의 공사 뒷이야기를 다큐로 엮은 정재은 감독의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 두 번째다.

 

 

 


전작인 말하는 건축가를 흥미롭게 보았기 때문에 이 영화에 거는 기대도 컸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편의 영화는 완전 다른 질감이었다. 전편은 정기용 건축가가 타계할 때까지 그의 머릿속에 담겨진 건축철학을 들려주는 시도였다면 이번 영화에선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 유걸 건축가의 이야기만 듣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충돌을 담아냈고 일반인들은 출입조차 불가능했던 공사현장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건축의 역할이나 미적 감각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도 했고, 설계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아름답지 못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모두 담아내려 애를 썼다.

 

 

 


후일담이지만 원래 당선작대로 했다면 지금의 서울시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 다른 형태의 서울 시청이 우리 앞에 서 있었을 것이다. 전문적인 건축 용어들을 모두 이해해야 이 영화를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거축이라는 게 석재, 철재 그리고 각종 설비의 총합이긴 해도 그 모든 것을 조율하는 게 사람인지라 수많은 담당자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자체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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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고 정기용 건축가의 한 마디도 들어 있었다. “(새로운 서울시청을) 짓지 말자” 뜻밖의 이야기 같지만 전작을 본 관객들이라면 건축가 입에서 건축물을 만들지 말자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영화에서 “총설계자”라는 이름표를 지닌 유걸 건축가는 전편에도 나온 바 있다. 이 또한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다.

 

 

 


새로운 서울 시청은 완공되었고 1년이 지났다. 비록 전임 서울 시장 한 개인의 의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지만 기왕 많은 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 건축물, 조선시대에 경복궁을 짓는 마음이었다면 이런 결과물에 만족했을까? 좀 낯설다고 느끼지는 시민들이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장소’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 일테니, 건축물을 지배하는 건 바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영화 제목으로 말을 한다고 표현한 건 바로 이런 의미에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말하는 건축 시티 : 홀 (2013)

City: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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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재은
출연
유걸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06 분 | 201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