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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녀 - [리뷰] 소년, 소녀의 신묘한 눈빛에 꽂히다

효준선생 2013. 10. 22. 07:32

 

 

 

 

 

 

    한 줄 소감 : 러브스토리지만 결코 흔하게 보던 질감이 아니다.

 

 

 

 

 

 

우 김윤혜의 눈빛은 신묘하다. 일부러 그런 눈빛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닐테지만 보고 있는 사람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눈빛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전작 영화 점쟁이들에 이어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소녀에서도 그녀의 역할은 천리안을 가졌다는 이상한 여자애로 소문이 나게 설정했다.

 

 

 


영화 소녀는 얼음장 같은 사랑이야기지만 이야기 전개 과정은 스릴러와 하드보일드가 뒤섞인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포한다. 이 영화의 얼개는 마을을 중심으로 한 어른의 세상과 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구도로 짜여져 있다. 서울에서 전학을 온 남학생과 경상도와 강원도 인접 지역에 자리한 한 오지 고등학교 학생들은 어른들이 짜놓은 구도 안에서 삐쭉거리며 한 뼘 더 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얼키설키 짜놓은 그물코 사이로 빠져나오며 커가는 아이가 있는 반면 어른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아이도 있다. 소녀는 바로 그 경우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소녀, 그녀에겐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고 자신만의 비밀은 얼토당토 않는 소문으로 퍼져나간다. 그게 바로 소녀를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물이다.

 

 

 


소녀 앞에 나타난 서울 소년은 백마 탄 왕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역시도 소녀의 일부를 떼어가는 남근달린 남정네에 불과할까 사실 이 영화는 이 부분이 굉장히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에 겁탈이나 약취가 아닌 사랑이라고 포장은 되어 있지만 誤讀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피하기 위한 방법은 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 하는 길을 택하는 것뿐이라고 본 듯 하다.

 

 

 


어른들이 만든 그물은 공고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한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그들만의 세상을 물려줘야 할 일종의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력에 기대어 逋脫해가려 하니 세대간의 갈등은 힘의 논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연약한 소녀의 힘으로는 그걸 물리칠 수 없으니 여기에 맞서려는 소년의 선택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비유와 상징이 되는 오브제들이 있다. 소녀가 타는 스케이팅과 소년이 타는 자전거, 이것들은 영화에선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소녀와 소년이 그물을 뚫고 나가기 위한 무기가 된다. 그리고 월식이 말하는 것처럼, 본디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잠시나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현상. 아이들에겐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마지막 상징은 구제역으로 죽어야 하는 돼지들이다. 실제 구제역이 발생해 수많은 돼지들인 산 채로 생매장 되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다. 영화 중간 소년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귀를 찢을 듯한 소음이 나오는데 잘 들어보면 생매장되기 직전의 돼지의 울음소리를 닮았다.

 

 

 


아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받지 말아야 할 것들도 많다. 영화 소녀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비인간적이며 마녀사냥같은 소문을 뒤집어 쓴 소녀와 그런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소년이 서울에 있을 때 겪었던 또 하나의 에피소드와 맞물려 씁쓸하고도 애틋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의 삶에 빛이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영화는 다시 한번의 전환을 시도한다.

 

 

 


겨울철 산골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한 탓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칼로 서걱하고 베면 바로 피가 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마치 북유럽 영화의 분위기와 흡사한데, 이런 장르의 한국영화를 처음 접한 탓에 줄곧 긴장상태로 관람했다. 무엇보다 아직은 어린 듯 한 두 남녀 주인공의 눈빛이 등장하면 四圍의 모든 것들이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참으로 매력적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소녀 (2013)

Steel Cold Winter 
9.2
감독
최진성
출연
김시후, 김윤혜
정보
미스터리, 로맨스/멜로, 스릴러 | 한국 | 110 분 | 201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