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 이즈 로스트 - [리뷰] 모든 걸 내려놓자 희망이 보였다

 

 

 

 

 

한 줄 소감 : 인생을 이토록 관조할 수 있다니, 전설의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노고다

 

 

 

 

 

일흔도 훌쩍 넘은 노인이 왜 망망대해 인도양을 세일링하고 있는 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액면가로만 보면 전직 뱃사람이었다가 진즉 은퇴했을 법 하지만 그는 의기양양하게 그 넓은 바닷에 진격했다. 노인의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그 너른 바다에서 그의 이름을 불러준 사람은 없었고 미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이름을 부를 이유는 없었다.

 

 

 

영화 올 이즈 로스트엔 단 두 마디 대사만 나온다. 등장인물은 단 한명이다. 이렇게 원톱으로 나오는 영화들에게는 배우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걸출한 노장 배우가 맡았다. 젊은 시절 파마기 있는 금발머리에 회색 블릿지가 섞인 제법 끼 많던 청년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검버섯으로 뒤덮인 쭈글거리는 손등을 보니 세월을 막을 장사는 없다 싶었다. 하지만 그는 100여분 동안 이 거친 路程을 불평도 별로 없이 완수해냈다.

 

 

 

노인에게 작지 않은 요트는 그의 평생의 재산으로 보인다. 뱃일을 하며 모은 돈일 수도, 노인연금을 받은 돈일 수도, 아니면 보험금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요트엔 제법 시설이 갖춰져 있다. 2층 저택이라고 봐도 좋겠다. 출발은 좋았다. 거지같은 중국 배에서 흘러나온 컨테이너와 부딪치기 전까지만 해도, 하필 요트의 측면과 컨테이너의 모서리와 부딪치는 바람에 요트는 구멍이 났고 통신장비며 네비게이터가 고장이 났다. 전조가 좋지 않다. 노인은 미봉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마치 시집간 딸아이라도 만날 요량인 듯 서둘렀다.

 

 

 

노인에게 요트에서의 생활은 평생의 일상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 넓은 바다에서 하필이면 컨테이너와 충돌을 하게 될 지, 그러나 禍는 雙으로 온다고 하지 않던가 폭풍우가 몰아치고 요트는 마치 일엽편주처럼 휘청거리고 노인은 망설임도 없이 구명정을 갈아탄다. 그리고 평생동안 마련해 온 요트는 그렇게 가라앉고 만다.

 

 

 

내 집을 마련했다고 한 숨 돌리는 순간 말썽쟁이 자식들은 집을 담보로 돈을 해달라고 하고 부모 된 입장으로 못 본 척 할 수 없어 집을 팔아 급전을 해주곤 자기들은 남의 집 살이를 하는 꼴이다. 가진 것도 줄여야 하고 필요한 것만 챙겨 넣었다. 서럽지만 그것도 인생이라며 한숨을 쉬고는 잊기로 했다.

 

 

 

노인에게 바다는 평생의 직장이자 자신에게 고통을 가져다 준 애증의 대상이다. 배를 몰고 바다에 나가는 것이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늘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은 그저 무기력한 작은 점이다. 노인과 바다의 이야기처럼 노인이 바다위에서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것뿐이다.

 

 

 

이 영화에서 노인은 마치 마지막 고행을 자초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고 그는 삶을 가벼이 여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폭풍우가 몰아치며 중심조차 잡기 힘든 배 안에서 이런 저런 비상물품을 챙기는 장면도 삶의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연 속에 던져진 채 였던 노인에게 희망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렸을때 어렴풋이 다가왔다. 나이가 들면서 그동안 벌어놓고 모아놓은 물건을 손때가 묻었다는 이유로 쌓아놓고만 사는 우리네 인생, 물건의 노예가 되는 건 아닌지,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거라며 간직했던 그 모든 것들이 정작 생사의 기로에선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노인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이 정말 잘 들어맞는 영화다. 인생을 관조하며 편안하게 살아도 좋을 나이의 노인에게 바다행이란 그 자체가 인생의 다이제스트였다. 스스로의 것이기도 했지만 곧 노인이 될 우리에게도 귀감이 된다. 설사 내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게 사람이 아닌 상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을 이토록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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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이즈 로스트 (2013)

All is Lost 

9

감독

J.C. 챈더

출연

로버트 레드포드

정보

액션 | 미국 | 106 분 | 201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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