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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루 재스민 - [리뷰] 사랑, 허세와 내숭을 제거하고 남은 앙금

효준선생 2013. 9. 18. 08:05

 

 

 

 

 

   한 줄 소감 : 외로움 속의 그녀, 사주팔자인가

 

 

 

 

 

 

단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자꾸 보게 되는 특정 감독의 영화가 있다. 한국에선 홍상수 감독의 그것, 외화로는 우디 앨런의 그것을 꼽을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다작을 한다는 것이다. 일년에 한 편씩은 이들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특별한 재미이자 호기심 유발이다. 요즘들어 이들 감독의 영화들이 마치 일련의 시리즈처럼 이어지며 안보면 다음 영화를 보는데 맥락을 놓칠 것 같은 불안함마저 든다.

 

 

 


우디 앨런의 신작인 영화 블루 재스민은 그의 일련의 유럽기행을 종료하고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뉴요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재스민은 이른바 몰락한 뉴요커다. 명품 가방에 고급 옷을 두르고 잰체 하면 살던 그녀가 소위 동생이 사는 샌프란시코로 낙향한 이유는 남편의 사업실패와 외도 때문이었다. 못가진 자에게 가난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가졌던 자에게 갑작스러운 가난은 견디기 힘든 고난이다. 재스민은 정확하게 후자의 경우에 빠졌다.

 

 

 


우디 앨런의 등장 인물들은 주인공이 딱히 없었다. 특히 요 근래 영화 속의 인물들은 낯선 환경에 던져진 이방인의 모습으로 대개는 세 네 커플이 이야기를 비슷한 비중으로 끌고 나갔다면 이 영화는 재스민과 그녀의 여동생 진저,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재스민의 원 톱 영화다. 그런 이유로 여타 배역들은 재스민을 즐겁게, 혹은 고통스럽게 만드는 걸로 충족했으며, 그들 사이의 재스민의 감정은 제목 그대로 블루하다.

 

 

 


서울 도심을 활보하며 파티에 가는 걸 일상으로 삼던 중년 여자에게 비린내가 진동하는 낯선 서부의 바닷가 마을에서 동생 눈치보면 얹혀 산다는 건 스트레스다. 그녀가 동생의 친구들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어렵사리 일자리를 잡고 겨우 적응하려 애를 쓰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남자들의 대시가 이어진다. 그녀가 종종 신경 안정제를 복용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니 그녀는 이른바 공황장애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재스민은 본인이 느낄 때 “뭐 이런 나락같은 삶이 다 있나” 싶겠지만 동생 진저의 경우 누군가에겐 그게 일상적인 삶이다. 언니에 비해 얼굴도 별로 안이쁘고 배운 것도 많지 않은 그녀가 선택하는 삶이란 자기 수준에 맞는 남자 만나서 알콩달콩 살면 그 뿐이라는 마음이지만 언니는 좀 다르다. 동생이 말끝마다 언니를 향해 내뱉는, 다소 자격지심에 찬 언사, 유전자가 나랑은 다르다는 말도 그녀를 힘들게 할 뿐이다. (그녀들은 각각 입양된 케이스다)

 

 

 


하지만 이 영화는 멜로가 빠질 수 없다. 후반부엔 노골적으로 두 여자에게 실현되는 사랑이 주요 테마가 된다. 남자들은 그녀들을 향해 구애를 하고 누구는 선택을 받고 누구는 거부를 당한다. 그 간극의 중심엔 여자로서의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 하지만 누가 더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인지가 아니라 누가 더 자신에게 도움이 될까를 따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랑은 공고할 것 같은가

 

 

 


감독은 사랑에 대해 신랄할 정도로 두 여자의 행태를 꼬집는다. 마음에 담기지 않는 거래와 같은 사랑의 말장난은 언젠가 큰 화가 될 것이고 비록 전과는 다른, 좀 낙후한 곳에 머물게 된다고 해서 사랑의 감정마저 장삿속 거래처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재스민은 이 곳에서 무려 3명에게 대시를 받는다. 껄렁한 일용직 노동자, 치과의사, 그리고 외교관 출신으로 미래의 정치인. 과연 누굴 선택했을까 그녀가 어느 곳에 있었을때 가장 행복했는지를 생각하면 답은 금방 나온다. 여유 좀 있다고 사기로 감옥에 간 전 남편과 아무래도 대도시에서 살던 습관을 버리지 못한 그녀라면 그녀의 최후의 선택은 ‘그’다. 하지만 그녀가 ‘그’를 선택하듯 ‘그’도 그녀를 선택하는 수순이 결국은 조건이라면 그 사랑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벤치에 앉아 있는 한 여인이 보인다. 좀 늙어 보이고 피곤해 보인다. 물어보고 싶다. 혹시 사랑을 잃어 버려서 그렇게 침울해 보이냐고? 진지하게 사귀는 사람이 없다면 그 자리 제가 메워도 되냐고. 그럼 그녀는 물을 것이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호주 출신의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재스민으로 열연을 한다. 마치 자신의 자리는 이곳이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상과 마치 자신의 백그라운드라도 되는 양 활보를 하던 뉴욕에서의 일상이 교차되어 보인다. 그 안에서의 차이는 결국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이 그녀 곁에 있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결론은, 누가 그녀를 이토록 우울하게 만들었을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블루 재스민 (2013)

Blue Jasmine 
10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케이트 블란쳇, 알렉 볼드윈, 샐리 호킨스, 바비 카나베일, 피터 사스가드
정보
드라마 | 미국 | 98 분 | 201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