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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루시아 - [리뷰] 그저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효준선생 2013. 9. 17. 08:05

 

 

 

 

 

   한 줄 소감 : 인내도 소용없는 따돌림이 어떤 것인지를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에서 말 안 듣는 아이도 학교에 가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같은 반 급우들과 친하게 지낼 거라고 믿겠지만 실상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은 모양이다. 성적이 오르지 않아 주눅이 든 건 양반이다. 아이들에게 왕따의 표적이 되어 시달림을 당하고 그 때문에 나쁜 일까지 생기는 걸 보면 학교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무섭기만 하다.

 

 

 


영화 애프터 루시아는 바로 이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수준의 왕따에 대해 상당히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문제작이다. 멕시코시티의 한 고등학교에 멀리서 전학을 온 여학생 루시아,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나 싶었던 그녀의 앞에 왕따의 어두운 그림자가 스멀스멀 다가온 것은 원치 않았던 동영상이 학생들에게 보내진 뒤부터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요리사인 아빠는 딸을 데리고 도시로 온다. 슬픔에 잠길 틈도 없이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고 루시아는 전학을 간다. 영화 전반부의 대부분은 아빠와 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흐른다. 그런데 그 과정이 산뜻하지 않고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내포한다. 체격과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민감한 성격의 아버지의 모습이 마치 딸의 前兆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루시아에 대한 아이들의 왕따는 차마 그 또래 아이들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성폭행은 말할 것도 없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음란행위를 강요하고 먹을 수 없는 케익을 입에 강제로 집어넣고 심지어 얼굴에 소변을 싸기도 한다. 그런데 의아한 건 루시아는 이런 아이들을 향해 제대로 거부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한두 번 당했으면 차라리 기성세대들에게 도움을 청할 만도 하건만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마치 자신의 업보인양 받아들인다.

 

 

 


루시아가 사라진 건 밤바다에서였다. 그녀는 죽음을 택할 만큼 고통스러워 한다기 보다는 그저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 같아 보였다. 엄마와 함께 살았던 곳을 찾아온 그녀의 모습이 일견 태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 영화는 복수라는 화두를 가지고 있다. 다들 그걸 기대하는 눈치다. 남겨진 아빠에겐 사랑하는 사람의 두 번째 사라짐이겠지만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이번엔 깜짝 놀랄 행위를 통해 되갚아 준다.

 

 

 


영화를 잘 보면 마치 어느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왕따 문제에 대해 고발하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사회가 하지 못하는, 법으로 지켜낼 수 없는, 그저 개인적인 치부로 여기는 세상에 대한 분노처럼 읽힌다. 롱테이크로 모터 보트를 모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태 끝나지 않은, 앞으로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유사 범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간간히 들리는 루시아 현상, 왕따가 비겁한 건, 그들은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짓을 여럿이라는 숫자가 주는 힘의 논리로 약자 하나를 괴롭힌다는 점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에게 주는 효과음이 크게 들린다. (양진석의 시네필 소울)

 

 

 

 

 

 


애프터 루시아 (2013)

After Lucia 
10
감독
미첼 프랑코
출연
테사 라, 곤살로 베가 쥬니어, 타마라 야스베크, 헤르난 멘도자
정보
드라마 | 멕시코, 프랑스 | 103 분 | 201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