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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인리스 - [리뷰]고통은 신경이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효준선생 2013. 8. 11. 07:30

 

 

 

 

 

  한 줄 소감 : 고통을 느끼질 못한다는 걸 격리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집단 최면이 무섭다

 

 

 

 

 

 

1931년 스페인의 작은 마을, 동네 아이들 몇몇에게 이상한 질병이 발견되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들은 마을에서 떠나 벼랑 끝에 지어진 수용소에 격리 수용된다. 전염의 우려는 엄마 품이 더 어울릴 어린 아이들은 혼자 지내야 했고, 이들을 보호해야할 어린 환자가 아닌 연구 대상으로 보는 그곳 원장과 의사들의 눈초리는 매섭기만 하다.

 

 

 


영화 페인리스는 두 가지의 사건이 하나에서 만나게 되는 독특한 구성으로 된 스페인에서 온 스릴러 영화다. 1930년대에서 10년 정도의 시간동안을 수용소에 갇힌 아이들의 시선과 그로부터 두 세대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의 오늘을 그리고 있다. 오늘을 그린 장면의 주인공은 백혈병 환자이자 의사다. 교통사고로 임신한 아내를 잃고 아이는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있다. 그는 골수이식을 위해 지금의 부모에게 양해를 구해보지만 그들은 난감한 표정을 한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따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그 옛 이야기를 찾아간다.

 

 


영화는 상당히 그로테스크 하다. 무통증을 겪는 아이들의 에피소드가 잔인할 정도로 지독하게 표현되고, 성인이 된 뒤의 비주얼은 괴물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이 아이들의 생활 한가운데 바로 스페인 내전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더더욱 불안한 삶이 연속된다. 영화 중반부에 저항군과 정부군이 돌아가며 이곳을 찾아와 각자의 방식대로 아이들을 다루는 모습이 나온다. 물론 희생자도 불가피했고, 그런 고단한 과정에서도 살아 남은 아이가 있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찾아 다니는 중년의 남자와 수 십년 전의 아이들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건 결국 이 두 가지 이야기가 하나로 귀결된다는 걸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하지만 궁금증은 남는다.

 

 

 


괴물처럼 성장한 아이에게 성욕과 사랑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그 결실은 어떻게 다른 개체로 성장할 수 있을까? 만약 무통증도 유전이 된다고 한다면, 그 증세도 같은 것일까? 궁금증은 결말부에 어렴풋하게 설명되지만 그것보다 결정적인 건, 자식을 알아보는 눈빛이었다. 그걸 보기까지 힘든 과정을 지나가야 한다.


사실 무통증과 관련된 영화는 2년 전 개봉했던 영화 통증에서 본 적이 있다. 그 때도 하류 인생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사랑을 만나면서 아련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영화도 못지 않았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타인에게 해가 되는 질병도 아니건만 지레 짐작으로 악마에게 혼을 내주고 얻은 거라며 격리된 아이들. 무지에서 출발한 셈이지만 그들의 삶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자신이 남긴 유일한 혈육마저 이제 긴 생을 보장 받지 못할 형편이고 보면, 인큐베이터의 작디 작은 아이의 손가락은 질긴 인연의 한 자락인 셈이다.

 

 


세상을 고통없이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행복한 것도 아니다. 인간이라는 증거에서 한 가지를 빼놓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페인리스 (2013)

Painless 
8.7
감독
후앙 카를로스 메디나
출연
토마스 레마퀴스, 알렉스 브렌데뮬, 데렉 드 린트, 후안 디에고, 실비아 벨
정보
공포 | 스페인 | 105 분 | 201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