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베드(B.E.D) - 탐닉과 집착에 매달린 의도적 치정에 관하여

효준선생 2013. 1. 8. 00:07

 

 

 

 

 

   한 줄 소감 : 에덴동산에서 뛰어 노는 아담과 하와 같다는 느낌이다.

 

 

 

 

 

영화 베드(B.E.D)는 최소한 영화에서만큼은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구식 생활문화의 도입으로 침대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일반적으로 잠자리를 통칭하는 “go to bed”처럼 침대를 의미하지만 영화에선 세 명의 남녀 캐릭터에 영문 이니셜인 B, E, D를 붙였다. 이 영화에선 침대는 그 자체가 오브제이기도 하지만 미쟝센이기도 했다. 더불어 침대가 생각보다 무서운 존재라는 게 이 영화에서 은근하게 설정되면서 호러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B"Bed for Werther-베르테르의 침대",

  E"Erotic desire of Aphrodite아포로디테- 미와 사랑",

  D"Dream about comfortable slumber편안한 꿈

 

 

남자 B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하철에 만난 유부녀 E와의 불륜, 그들은 서울 근교에 집을 잡고 그 곳에다 침대를 하나 들여놓고 하루 종일 성관계를 한다. 지치지도 않는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아직은 청춘인 모양이다. 그리고 상황이 바뀌어 B는 E와 헤어지고 나름 현모양처 이미지인 D와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바로 그 집, 그 침대. 문제는 그 침대에 있다. 부부관계를 할라치면 D는 침대 때문에 뭔가 불편하다는 불평을 늘어 놓는다. B는 뭔가 캥기는 게 있지만 그게 지나간 여자의 저주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럴수록 현실이 아닌 과거에 집착할 뿐이다.


이 영화는 겉으로 확연하게 들어나지는 않지만 특정 물건에 정령이 드리웠다는 토템과 남들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물건에 유독 집착하는 패티쉬, 그리고 저주를 걸겠다는 무시무시한 예언들이 뒤섞여 심령물의 얕은 수준을 보여주고 엔딩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시퀀스를 선사한다.


침대 말고 영화에서 남자가 집착하는 물건은 토끼 인형이다. 헤어진 여자의 물건이라는 점, 관계를 할때 늘 옆에 두었다는 점 때문에 그는 인형에 매달린다. 인형에서 그는 여자 E를 본다. 옛날 사람들은 마을 어귀의 오래된 나무에 정령이 깃들어있다며 제사와 굿을 하거나 소원을 빌기도 한다. 이 영화에선 침대가 그런 의미를 가진다. 주말이면 분리수거를 한답시고 따로 버려지는 침대 부속이나 매트리스를 심심치 않게 본다. 그걸 보면서 저 침대위에서도 수많은 역사가 지나갔겠지 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면 변태의 생각인가 해서 찔끔 놀라기도 한다. 침대 제조회사에선 침대가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선 옛 사랑과 남자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고 새로운 사랑은 그걸 터부하는 물건으로 상징된다.


이 영화에선 정상적인 의미의 결혼이라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불륜이라는 화두가 튀어나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결혼한 부부지간에도 저렇게 답답하게 결혼이란 굴레에 얽매여 살 필요가 있나 싶게 군다. 여자는 출장이라며 툭하면 집을 비우고 남자는 온종일 침대위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아이가 하나 있는 데 그 아이는 데리고 온 자식인지 부모 자식간의 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세 남녀의 사랑이 아닌 집착과 관심, 관계의 매몰이 무척이나 건조하게 그려진다. 마치 연극처럼 장과 막이 있고 배우들도 기승전결 스토리에 따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아주 짧은 단막극 안에서의 그것처럼 연기를 한다. 부부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완전 노출까지 감행한 부분과 계절로 치면 쓸쓸한 늦가을처럼 보이는 분위기가 이 영화의 전반적인 情調를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가게 만든다.


소위 베드 신은 예닐곱 차례 등장하지만 연이은 격정이라기 보다는 한 씬 자체에 몰두한 편이며 생각보다 노출이 심한 편이다. 단순하게 “이 영화 야하다”라는 평보다는 物神에 자신의 의지를 기탁하고 서서히 침잠해 버리는 한 남자의 고충을 그린 심리극이라고 보면 적당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베드 (2013)

B·E·D 
8
감독
박철수
출연
장혁진, 이민아, 김나미
정보
드라마 | 한국 | 90 분 | 201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