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주먹왕 랄프 - 나도 이제부터 차카게 살고 싶어요

효준선생 2012. 12. 17. 08:12

 

 

 

 

 

 

  한 줄 소감 : 몰래 50원짜리 몇 개 들고 동네 오락실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뿅뿅 하러간다고 했죠 

 

 

 

 

 

동네에 있는 오락실이라는 곳엔 가면 안되었다. 어른들은 건달이나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가는 곳이라며 겁을 주었고 한 판에 50원 하던 무렵, 용돈에서 오락실 갈 돈을 마련하기란 언감생심이었다. 가끔 친구들이 인베이더나 갤럭시를 하는 걸 어깨너머로 보고는 신기해하며 하고 싶다는 생각이 침을 꼴깍 삼켰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시장통에서 파는 튀김 몇 개를 사먹는 편이 나은 거야라며 호주머니의 동전을 지켜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친척집이 이사를 가면서 텔레비전을 버린다 하길래 그걸 오락기계로 개조해주겠다는 부친의 말에 부푼 가슴을 안고 꽁무니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 텔레비전 수상기로는 오락기계를 만들 수 없다는 말에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아마 그 이후로 오락이라는 단어는 학창시절동안엔 다시는 떠올리지 않았다.


지금 기억하는 오락실 오락이란 게 레이덴이나 철권, 뽀글뽀글, 조잡한 야구게임에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무슨 탱크로 진격하는 그런 종류들이었다. 사람들은 그걸 8비트니 16비트니 말하곤 했지만 컴퓨터 자체가 저급한 사양이 보급된 시절이라 관심 밖이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의 경우, 처음엔 이런 게임도 있었나 싶게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물론 영화 속에서 그 게임을 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저거 기억나네 하는 정도였지,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건 상상력의 무한한 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이 다 꺼지고 오락실 주인마저 잠이 든 시간, 오락 기계의 수많은 캐릭터들에겐 어떤 시간일까 하는, 개 중에는 말 그대로 장난꾸러기들도 있고, 오래되어 인기가 없어져 더 이상 그곳에 있지 못할 날이 가까운 그런 게임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다고쳐 펠릭스”라는 일종의 아케이드 게임의 캐릭터인 랄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원래 게임에선 주인공은 그가 아닌 펠릭스가 주인공이다. 게임의 놀이방법을 보면 랄프라는 거인이 등장해 건물을 부수고 맨 꼭대기에서 벽돌을 내 던져 집을 수리하는 펠릭스를 맞추면 끝나는 게임이다. 즉, 게임의 유저는 랄프가 아닌 펠릭스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게임을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랄프는 영웅이나 동정의 대상이 아닌 악의 화신인 셈이다.


악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계기는 분명하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에서 소외당하고 덩치만 보고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사람, 영화에선 랄프 말고 또 한명의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슈거러시”라는 게임에서 이른바 “오류”라고 불리는 바넬로피다. 귀여운 꼬마 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 역시 모함과 계략에 의해 왕따를 당하는 캐릭터로 등장해 랄프와 짝을 이루어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더빙을 맡은 개그맨 정준하는 이 영화를 애니메이션의 “아저씨” 버전이라고 하던데, 후반부에는 확실히 그런 맛이 났다. 특히 막판에 슈거러시라닌 드라이빙 게임은 입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특히 8비트의 주인공인 랄프와 달리 업그레이드 된 게임들의 주인공인 칼훈과 기타 수많은 게임 캐릭터들의 모습은 화려했다.


많은 사람의 관심 밖 캐릭터를 의인화해서 소외받는 자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주려는 의도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친구들의 그것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내려고 수없이 많은 동전을 탕진해본 중년들에겐 추억을 선사할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였다.

 

 

 

 

 

 

 

 

 

 

<개그맨 정준하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이 장면을 꼽았다>

 

 

 


주먹왕 랄프 (2012)

Wreck-It Ralph 
8.9
감독
리치 무어
출연
정준하, 존 C. 라일리, 제인 린치, 잭 맥브레이어, 스테파니 스콧
정보
애니메이션 | 미국 | 108 분 | 2012-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