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가문의 영광5 - 가문의 귀환 : 그래도 한 식구 아닌가?

효준선생 2012. 12. 18. 00:00

 

 

 

 

 

 

   한 줄 소감 : 요즘처럼 가족해체 시대에 온 가족이 가문을 운운한다는 건 그래도 행복한 일 

 

 

 

자수성가를 해서 일궈놓은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셋이나 있는 자식들은 하나같은 그릇이 못 되고 몇해 전 교통사고로 비명횡사를 한 딸 대신 사위를 후계자의 자리에 앉히기로 한다. 창업주의 성씨가 바뀌는 진통이 있고, 자식들은 알토란 같은 재산을 굴러온 돌에 의해 빼앗긴다는 위기감에 영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서슬퍼런 아버지의 후광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형편이다. 오늘도 회사 말직 자리에 출근은 하지만 사장 자리가 눈에 밟혀 일도 손에 안 잡히는 일이 다반사다.


예로부터 임금의 자리든, 대기업 총수의 자리든, 후계자를 구하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왔다. 하지만 믿고 쓴 인재라 했던 자가 한 나라를, 한 회사를 말아 먹은 예도 부지기수인지라 인재중용은 겉보기처럼 녹록치 않았던 모양이다. 얼마전 한국에서도 아들이 아닌 두 사위에게 회사를 나누어 승계토록 했다가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혀 휘청거렸던 모 기업의 사례를 떠올려 보니 영화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에서의 장씨 3형제의 처지가 십분 이해가 되었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5편까지 오면서 흥행은 어느 정도 보장된 셈이지만 만듬새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이번 시리즈를 본 느낌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말초적인 웃음이 대세인 와중에 그래도 전편들과 좀 다른 짜임새가 느껴진 건 현실에 발을 붙일 만한 소재를 기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후계자로 사위를 내세운 것과 거기서 발생하는 아들들과의 마찰을 그린 것이다. 그렇다고 치밀한 전략이 오고가는 정극이 아니라 소동극에 가까운 코미디인지라 사장자리에 오를 뻔한 아들들의 떨어지는 현실감각은 좀 아쉽고,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서울대 출신의 사위가 좀 돋보이는 것 뿐이다.


장삼건설 자체가 전직 조폭들이 간판으로 내세운 회사인지라 알맹이가 얼마나 튼실한지는 알 수 없고, 건설회사라지만 그 흔한 건설현장 한번 등장하지 않는 걸 보면 이 영화에서는 회사운영과 관련된 자리다툼과 객식구와의 오해풀이를 주요한 소재로 담기 위해 등장시킨 떡밥에 불과할 뿐이다. 거기에 사위의 캐릭터에 바른 캐릭터로의 물대기가 보인다. 미모의 비서가 노골적으로 들이대는데도 마다하고, 자선사업협회에 이사장까지 도맡아 하고, 지분을 챙기려는 시도가 숨겨진 착한 의도였음을 암시하기에 그는 사위도 훌륭한 후계자가 될 수 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덜떨어져 보이는 세 형제의 캐릭터는 가소롭다. 아버지를 닮아 싸움은 잘하는 것 같지만 낼 모레 쉰은 될 것 같은 장남까지 나서서 패싸움을 하는 걸 보니 좀 안쓰럽기만 하다. 손자인 3대도 기대할 바가 없다. 곱상한 여자애에게 빠져서 주먹을 쓰냐 마냐가 인생의 거의 유일한 고민거리인 걸 보면, 차라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맞고 다니긴 하지만 영특해 보이는 초등학생인 사위의 아들, 즉 외손자에게 회사의 미래를 기대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이 영화는 단발적인 웃음들이 곳곳에 장치되어 있다. 진짜 화장실 유머와 슬랩스틱 코미디, 말장난에 가까운 애드립이 난무한다. 전작 시리즈에서 보지 못한, 혹은 오랜만에 다시 모습을 보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웃음의 축은 성동일로 봐야겠다. 그로서는 이번이 이 영화의 첫 번째 등장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정극에선 그의 애드립이 다소 부담스러웠는데, 이번 영화에선 처지기 쉬운 부분에서 살짝 톤을 끌어올리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영화 보면서 전작에서 등장한 김수미의 엄니손 김치와 박근형의 장삼건설의 한 판 승부가 다음 시리즈에서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제는 가문의 대결. 리뷰 쓰고 나서 몇몇 관람 평을 보니 박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한국영화계에서 이처럼 오랜 시간 지속가능한 코미디 영화 브랜드 한 편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예술성 높은 장르영화 못지않음을 쿨하게 인정해 주는 건 어떨까 문화는 다양해야 맞는 것 같으니 말이다. 고르는 취향은 개인에게 맡기면 되지만 내 맘에 안든다고 아예 만들지도 말라는 건 아무래도 월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문의 영광5 - 가문의 귀환 (2012)

7.3
감독
정용기
출연
정준호, 김민정, 유동근, 성동일, 박근형
정보
코미디 | 한국 | 104 분 | 2012-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