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인 레드 스테이트를 버리고 한국에선 거친 녀석들 거침없이 쏴라는 좀 장황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영화는 종교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에선 정식 개봉하기 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특정 종교에 대한 백안시 영화가 아니다. 소위 권력과 권력이 맞부딪혔을 때 과연 승자의 입장은 옳기만 한 것인지 묻고 있는 영화다.
그 두 개의 권력이라 함은 邪敎를 방불케 하는 기독교 일파와 이를 제거하려는 공권력을 대표하는 특수 경찰조직이다. 마치 라이벌이나 되는 등 미리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은 동성애 코드를 끼워놓고 흔들어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10대 후반쯤 되는 세 명의 남자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여친 만들기에 나서다 중년 여인의 유혹에 넘어가면 인생을 종치게 된다. 마취약에 혼절했다 깨어나 보니 그곳은 바로 교회, 아이들까지 끼어 있는 신도들은 목사의 설교에 심취해 있고 이내 랩으로 둘둘 말린 남자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총살을 당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보면서도 이것이 신의 뜻이라며 담담하게 혹은 기도를 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은 섬뜩했다. 이윽고 다음 순서가 된 세 명의 청춘들은 발버둥을 치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우물안 개구리꼴이다.
이 영화가 특정 주인공을 내세워 위기에서 탈출하고 악역들을 응징하는 영화가 결코 아님은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어처구니 없이 죽는 모습이 이어지며 의아하게 생각된다. 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들을 죽이는 것일까? 잘 보면 이들의 죽음은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인 경찰들이다. 잡는 게 아니라 제거하는 것이 목적인 듯 보이는 그들의 행태는 욕을 먹어야 하지만 이야기는 그들에게 면죄를 주고 있다.
아마추어로 보이는 목사와 신도들은 라이플 총을 연발하며 경찰과 대치하지만 중과부적이다. 주인공이 중반 쯤 등장하는 키난 요원으로 전화되며 그의 입을 주목하지만 그가 예전엔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묘한 교집합을 찾게 만든다. 정리하면 동성애자를 징벌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한껏 고무시키며 신도들을 선동하던 교회와 이를 토벌하려는 경찰 조직의 동성애자 출신 요원이라니. 아이러니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도들 대부분이 개죽음을 당하지만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목사는 살았다. 옥중에서도 자신만의 설교를 그치지 않던 그에게 “셧업”이라는 고함은 바로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두 개의 권력축에게 모두 경고장을 날리는 것이라고.
교회의 권력 앞에서 그 누구도 쉽게 뭐라하기 어려운 한국에선 개봉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권력을 꼬집고, 그렇게 이긴 경찰의 무자비한 카운터 액터로서의 행동은 옳은 것일까? 키난 요원이 진술하는 장면에서 이런 말을 한다. “두 마리의 강아지가 사이 좋게 지냈다. 그런데 어느날 닭다리 하나를 두 마리의 개 사이에 던져주자 미친 듯 달려들었다.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
거친 녀석들:거침없이 쏴라 (2012)
Red State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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