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영건 탐정연구소 - 아무리 작은 의뢰도 맡겨만 주세요

효준선생 2012. 8. 17. 00:15

 

 

 

 

 

독특한 성향의 영화를 자신의 브랜드화 시키는 것도 작은 영화사로서는 해볼만한 일이다. 독립영화 창작집단를 표방하고 있는 키노망고스틴에서 뽑아내는 일련의 영화들은 그래서 자꾸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오영두 감독의 페르소나격인 홍영근과 하은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의 조연들을 첨가시킴으로써 맛을 내며, 다른 영화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야릇한 미쟝센을 자랑한다. 영화 이웃집 좀비, 에일리언 비키니를 통해 일년에 한 작품씩 선을 보인 이 영화사의 올해의 런칭작품은 바로 영건 탐정사무소다. 앞선 두 작품이 앞으로의 지향점을 두드려 본 실험성 강한 영화라면 이번 영화는 시리즈물까지도 노려볼 만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한국 영화에서는 디텍티브 액션 장르의 영화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지만 이웃나라에선 이미 상당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관객의 몰입도 역시 상당부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건이라는 캐릭터를 조형해나간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다. 예를 들어 이번 영화에서 송현이란 미스테리한 여인의 의뢰를 풀어가는 설정이었으니 다음엔 좀 더 색다른 캐릭터의 의뢰인을 등장시킨다면 몸으로 해결하는 영건과 섹시한 여자 소장이라는 중심축은 늘 굳건하게 이야기의 나레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쩔 수 없는 독립영화의 틀이다. 주인공을 뒷받침하는 여백을 빈약한 제작비로 겨우 메꾼듯한 기분이며, 거대한 무대장치 대신 오로지 주연배우들의 몸으로 진행을 하고 있음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서 배경이나 장치보다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려는 건 그만큼 이 영화의 소재가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타임리프(시간이동)은 최근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현실도피적 사고는 요즘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데 특효약이다. “과거엔 이러지 않았는데, 미래엔 좀 좋아지려나” 하는, 영화 속 타임리프가 현실화 되기엔 얼마나 많은 과학적 발전이 있어야 할지 모르지만 영화를 보며 대리만족이라도 하기 원하는 영화팬들에게 타임리프는 확실히 좋은 소재임에 틀림없다.


영건 탐정사무소의 탐정은 영건 혼자다. 그렇다고 오너도 아니다. 의뢰비를 받으면 대부분은 소장에게 넘어가고 점심 한 끼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속칭 찌질한 인생이다. 하루는 그를 찾아온 송현이라는 여자가 시계를 찬 남자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하지만 거절하고, 잠시 후 그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한 영건은 단서를 찾아가며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시점이 중요하다. 6월 28일부터 7월 5일까지의 8일 동안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을 타임리프 시켜가며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데, 그 중심엔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고미술사학자인 송현이 있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다시 등장한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이 영화가 기승전결의 친절한 구조로 된 영화가 아니기에 가능하다.


후반부에 이르면 피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특히 악당으로 나오는 인물과의 혈투가 벌어질 때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시점이 대체 언제인지 헛갈린다. 그렇다고 그걸 따지려하다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인 땀범벅 액션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게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영건(홍영근 분)인데, 탐정이 주로 머리를 써가며 막힌 문제를 풀어가는 반면 이 친구는 일단 뛰고 본다. 거기다 기상천외한 무기 하나가 신체일부로 장착되어 있으니 기발하기 짝이 없다. 만화를 보는 듯 싶다. 촬영하면서도 힘들어했을 게 뻔한 “엄청 달리기”와 “두드려 맞기과 때리기”등, 작은 체구에 어찌 그런 에너제틱함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전작이 방 안에서의 모종의 사건을 다룬 영화라면 이번 영화는 서울 한복판, 그것도 구 도심의 좁은 골목과 현대화된 빌딩 숲을 누비며 여한없는 액션을 자랑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아이템들도 많이 나오는 등 톡톡 튀는 볼거리 충만한 영화였다. 이번 영화에 최송현이 조인한 만큼 다음 번 영화에서도 좋은 게스트를 섭외해 유쾌발랄한 영화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키노망고스틴의 영화는 다음 편이 기대되서 좋다.

 

 

 

 

 

 

 

 

 

 


영건 탐정사무소 (2012)

Young Gun in the Time 
8
감독
오영두
출연
홍영근, 최송현, 하은정, 배용근, 김성기
정보
SF, 액션 | 한국, 일본 | 95 분 | 201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