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대학살의 신 - 백분토론이 부럽지 않은 설전 퍼레이드

효준선생 2012. 8. 18. 00:58

 

 

 

 

오프닝 장면과 엔딩 장면, 공원에서의 한 컷만을 제외하면 달랑 한군데의 로케이션으로 마무리한다. 그 시간은 대략 75분 정도, 역시 달랑 4명의 남녀 배우는 그 시간을 오로지 수다와 간단치 않은 동선이동으로 채워 넣었다. 가능한 일이 아닐 것 같은데도 훌륭히 소화를 해냈다. 영화 대학살의 신은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동명의 연극이 한국 대학로에서도 이미 선을 보인바 있으니 분명 이런 점 때문에 무대에 올렸겠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영화가 아닌 연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안정된 연기력은 배우들의 면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조디 포스터, 존 라일리, 크리스토프 왈츠, 그리고 케이트 윈슬렛 이들 부부는 아이들 싸움에 해결점을 찾아보고자 만났다. 그리고 그 실타래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꼬인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되어가면서 화해모드와 긴장모드로 쉴 새 없이 바꿔가면서 국면을 모색해보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유쾌하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된다고 하지만 이 싸움의 시작은 조디 포스터와 존 라일리 부부의 완승이 이미 결정된 게임이었다. 하지만 요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 아이의 부부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속내를 꺼내놓으며 실점하기 시작하고 9회말 역전승을 노리는 왈츠와 윈슬렛 부부에겐 호재가 된다. 말 싸움이 급기야는 폭력 사태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재미있는 건, 왈츠에게 걸려오는 외부의 전화다.


외부로부터의 전화는 이 영화의 윤활유이자 계면활성제같은 역할을 한다. 싸울 듯 하면 전화가 와서 이야기이 화제가 돌아가고, 그 전화를 나머지 캐릭터들이 들으며 그 전까지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어느새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사실 그 전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짜증을 유발케 하는 장치나 다름없었다. 부부의 설전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고 느낀 설정인데,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는 이야기 전개의 맥을 끊거나 심지어 분노마저 일어나게 했기 때문이다.


뉴욕, 창문 밖으로 전철이 지나는 모습이 보이는 중산층 가정의 거실이 주 무대가 되는 영화, 미국의 간식인 코블러에서 시작해 커피 한잔을 거쳐 급기야는 12년 산 위스키를 마셔가며 이들은 설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워낙 대사량이 많고 액션과 리액션이 넘쳐가는 구도인데, 도대체 이 영화는 몇 회차에 완성되었을까가 무지 궁금해졌다.


겉으로는 배운 척, 있는 척 하는 사람들이지만 말싸움으로 번지며 속물근성이 마구 튀어나오며 그래, 우리도 니들 같은 사람일뿐이다 라고 선언적으로 드러내는 본성의 향연, 아이가 얼마나 다쳤는지 보다 집요한 사과요구와 비꼬기등으로 상대의 속을 박박 긁는 모습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관객들의 아드레날린도 동시에 높아져간다.


러닝타임 80분, 짧은 영화지만 보고나면 집중과 몰입정도에 따라 좀 지친다. 독특한 구성의 영화 한 편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여러분의 눈과 귀를 즐겁게 혹은 찌푸려지게도 만들 것 같다. 당신은 이 네 가지 캐릭터 중에서 어디에 가장 가까운가?

 

 

 

 

 

 

 

 

 

 


대학살의 신 (2012)

Carnage 
8.1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왈츠, 존 C. 라일리
정보
드라마 | 프랑스, 독일, 폴란드, 스페인 | 80 분 | 201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