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철암계곡의 혈투 - 누가 이기나 함 해볼까

효준선생 2012. 7. 8. 00:01

 

 

 

 

 

어두운 배경위로 수첩이 보인다. 그 안엔 누군가의 프로필이 꼼꼼하게 적혀있다. 그런데 그들의 이름이 좀 이상하다. 토치, 도끼, 귀면이란다. 대체 누구인가? 이런 메모를 적는 사람은, 그리고 이내 화면이 밝아지고 교도소를 나서는 한 남자를 조명한다.


복수를 꿈꾸는 자는 세월을 흘러도 무심하다.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기에 그 시간들을 더욱 옹골차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속담에 사나이 복수는 10년이라도 늦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이 남자 교도소 안에서 정말 10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니, 그 벼린 칼날에 목숨을 내놓을 자 두려워하지 않을 리 없다.


용역깡패의 횡포로 온 가족이 횡액을 당한 후, 홀로 살아남은 남자는 말리던 경찰을 죽이고 교도소로 갔다. 저지른 자들은 여전하지만, 내던져진 자는 잊을 수 없다. 그게 복수의 공식이다. 영화 철암계곡의 혈투는 한 남자의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복수활극이다. 나름 서부극의 외피를 흉내내고 있긴 해도 내용적으로는 중국 무협물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 그도 그럴 것이 서부극은 자신의 안위나 영달을 위해 총을 뽑지만 무협물의 복수극은 대개 가족에 대한 복수가 주를 이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선 가족을 잃은 또 하나의 캐릭터가 있다. 강원도 작은 암자에서 기거하는 스님의 딸, 그녀 역시 아버지에게 반항이라도 해서 번뇌를 가져다 줄 심산이지만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아버지를 잃고는 혼자 남는 신세가 된다. 그렇다고 여자인 그녀가 패악무도한 놈들에게 복수할 길은 요원했다. 그런데 이 영화, 무수한 인원이 죽는다. 복수를 감행한 남자의 칼에 죽는 경우는 오히려 적었다. 지들끼리 죽이고 또 사주를 받아 살인을 저지르는 만행을 서슴치 않는다. 특히 끝까지 악행을 서슴치 않은 귀면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소름끼칠 만큼 독한 캐릭터다. 영화 속에서 전하는 그의 캐릭터는 실제로 있을 수 존재할까 싶을 정도인데, 만약 당하는 입장이라면 정말 살의를 품지 않을 수 없을 듯 싶다.


등장인물들의 눈빛이 모두가 형형하다. 대체 무엇을 위해 흉기를 휘두르는 걸까?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위해? 누군가 힘센 놈의 지시에 따라 무감각하게? 영화에서의 공권력의 개입은 없다. 오히려 이들을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경찰은 오히려 찬밥이다.


강원도 철암엔 광산업이 아닌 사행산업이 이 지역의 목줄을 죄고 있다. 한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해서 패가망신하고 스스로 자진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하우스에서 도박을 하고 거기서 나온 돈으로 사업을 하고 그런 방식으로 사장 소리를 들으면 뭐하나, 비명에 갈 운명들인 것을, 어쩌면 이들 역시 부나비나 다름없다. 부려진 인생, 뭐 하나 번듯한 것도 없이 언제 등에 칼 맞을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이들은 일부러 거친 삶을 사는 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제거된다. 그렇다고 클리어 해보이지도 않는다. 죽을 이유도 변변치 않음에도 그냥 그 자리에 있었기에 죽어야 한다는 것, 수없이 등장하는 피칠갑의 향연이 세태반영적이거나 독한 장르영화의 반복이거나 상관은 없지만, 그게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다. 배우 이무생의 얼굴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이어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의 소갯말처럼 영화판의 “묵직한 돌직구”가 되기 바란다.

 

 

 

 

 

 

 

 

 

 


철암계곡의 혈투 (2012)

Bloody Fight in Iron-Rock Valley 
9.8
감독
지하진
출연
이무생, 윤상화, 최지은, 곽자형, 이용직
정보
액션 | 한국 | 89 분 | 201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