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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레이븐 - 에드거 앨런 포, 추리소설 속을 거닐다

효준선생 2012. 7. 6. 01:00

 

 

 

 

 

미국 추리소설의 창시자라 칭송받는 에드거 앨런 포의 생애가 그의 작품과 매칭되어 그럴 수 있을 것처럼 꾸며진 영화 더 레이븐이 개봉했다. 1845년 그의 시 갈가마귀에서 제목을 따온 이 영화는 시가 아닌 그의 대표적 추리 소설들을 극적으로 인용하여 하나의 줄거리로 완성했으며, 실제 그가 탐정처럼 활약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의 편치 않았던 생애를 보여주고 있다.


추리소설 작가의 명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이지만, 생전의 그의 일생은 그다지 평탄치 않았다. 원만치 않았던 가정생활과 여유롭지 못했던 경제력, 당시엔 그가 써낸 소설들이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자주 문화계 인사들과의 알력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도 비슷한 유형으로 그려졌다. 늘 술에 찌들어 있으면서 외상술 한번 제대로 얻어 마시지 못하고, 써서 보낸 작품들마저 신문사에서 외면을 받으니, 그의 심사는 늘 꼬일 대로 꼬였던 것 같다.


작가에게 자극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마감도 그럴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수상소식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인질 납치극을 통해 남자로서 목숨 걸고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다다르면 어떠한 행동을 보이는 지에 대해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최초의 살인사건을 접한 에드거에게 세상은 “당신의 소설 속 이야기가 그대로 모방되었으니, 바로 당신이 용의자”라는 손가락질을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잔혹한 살인사건이 이어지자 에드거는 애써 자신과 무관함을 피력한다. 그러다 정작 자신의 애인이 납치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는 대신 직접 사건을 해결하는 이른바 탐정 역할을 하게 된다.


영화는 이때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데, 그건 사랑하는 여인이 죽지 않으려면 다음날까지 신문 1면에 사건과 관련된 소설을 써야한다는 납치범의 협박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에드거의 필력은 이때부터 부리나케 발휘된다. 술 마실 시간도, 바에서 취객들과 노닥거릴 시간도 없이 그는 책상머리에서 짜낼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다음날까지 신문에 실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무리수가 동원되고 이야기의 선정성과 폭력성은 걸러지지도 않은 채 대중에게 전달되었고 그의 소설은 비록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중은 점점 그의 소설을 외면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가 자신의 애인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미션 수행여부에도 초점을 맞춰볼 수 있지만 그보다 한 명의 작가가 강박에 시달리며 글을 써내야 하는 현실과 작가와 달리 신문사(여기서는 출판사까지 범위를 확대해 볼 수 있다)의 권력까지 꼬집고 있다. 에드거의 소설이 잔인하고 선정적일 수록 신문의 판매 부수는 늘어나고 인질범의 요구는 거칠어지지만 에드거의 심정에 대해서는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일념뿐인 경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영화의 시작점은 공원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에드거의 머리위로 갈가마귀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도 역시 갈가마귀가 날아오르는 미국 볼티모어의 공원이었다. 그 사이를 메꾸고 있는 건, 어느 비운의 천재작가가 남기고 간 그의 작품들이고 마치 작가가 그 작품을 유영하듯,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범인 찾기에 몰두하여 과연 누가 범인인가, 과연 사랑하는 연인은 살아서 그와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것도 이 영화의 볼거리이지만, 안개 자욱한 숲 속을 헤매며 범인을 찾던 모습에서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채 갈팡질팡하던 그의 인생을 반추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더 레이븐 (2012)

The Raven 
8.3
감독
제임스 맥테이그
출연
존 쿠색, 루크 에반스, 앨리스 이브, 브렌든 글리슨, 올리버 잭슨-코헨
정보
스릴러 | 미국, 헝가리, 스페인 | 110 분 | 201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