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두 개의 달 - 이보게들, 이제 편안히 잘 가시게나

효준선생 2012. 7. 3. 00:30

 

 

 

 

 

공포 영화 두개의 달은 포스터만 보고 어떤 장르의 영환인줄 알겠다. 그리고 후반부로 치달으며 상승과 고조, 그리고 정점을 찍어내는 구도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액자구조를 채택한 독특함이 있다. 영화의 시작은 두 명의 여자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시골 어느 마을에 폐가가 있는데, 거기엔 두 개의 달이 뜬다. 그리고... 이 나레이션은 아무런 화면 설명없이 블라인드에서 시작해 갑자기 등장인물이 튀어나와 이야기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인 셈이다.


공포는 사방이 열린 곳보다 밀폐된 공간에서 더 지독하게 다가온다. 특히 은폐공간이 많고 지형지물이 곳곳에 널린 곳은 특히 공포심을 자극하는 데 최적이다. 거기에 불빛은 허용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작은 랜턴하나에 의지하고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귀신이 아닐까 싶게 모골이 송연해진다. 창고에서 마치 졸도했다 깨어난 듯 두리번거리는 세 사람, 그들은 아무런 친분관계도 없지만 이내 한 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이 영화의 첫 번째 장치다. 갇힌 공간에서 발버둥쳐봐야 심적인 공포는 제거될 수 없다. 잠시 집밖으로 나가봐도 그 곳 역시 무서움을 야기하는 또 하나의 밀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집 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삽입해놓은 집밖에서의 에피소드는 이 영화의 두 번째 장치다.


세 명의 인물이 공포심을 해제하기 위한 노력은 보는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저들이 왜 저 공간에 갇혀서 저런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지에 궁금해지기도 하고, 마음만 먹으면 온 집안의 불을 다 켜고 넉넉하게 수다라도 떨며 새벽을 맞이할 수도 있으련만, 이들의 행위는 마치 커다란 운동장안에 집어넣은 생쥐라도 되는 양, 그래서 스스로를 폐소공포증 환자라도 되는 양 행동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세 번째 장치다.


그리고 이들은 마치 괴물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처럼 행동하며 그들 말고 또 다른 인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소리는 귀신의 속삭임인지, 아니면 자연이 만들고 간 바람소리인지, 아니면 그저 공포영화를 공포스럽게 만들기 위한 감독의 작업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네 번째 장치다.


종래의 공포영화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원한과 복수, 그게 귀신을 가장한 괴물이든지, 혹은 혼백에 사로잡힌 정신병자의 일탈행위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범죄현장을 물타기를 하기위해 누군가를 골탕 먹인다는 것이라든지,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어떤 요소와도 맥이 닿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지방령이라는 단어를 예를 들면, 지하철을 타면 유난히 어떤 자리엔 사람들이 잘 앉으려고 하지 않는 자리가 있다. 우스개 소리로 그 자리에서 누군가 숨을 거두었고 그래서 산 사람이 그 자리에 앉으면 저승으로 채 떠나지 못하는 귀신이 자꾸 제 자리라며 앉은 사람을 밀어내려 하기에 그 기가 느껴져서 아무도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기사 이 나라 어느 곳이 누군가의 묘지 터가 아닌 곳이 없다. 천년 전 죽은 자의 무덤위에 흙이 덮히고 그 위에 누군가는 집터로 삼고 그 집이 헐면 다시 누군가의 묘지 터가 되고, 그게 사람살이 아니겠는가.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두 개의 달은 이승과 저승에 뜨는 달이 하나의 하늘 위에서 보이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그 중 하나의 달은 유난히 붉다. 그리고 엔딩 즈음에 그 기막힌 사연들이 플래시백등을 통해 속속 밝혀지면 우리 곁에 죽어야 할 이유도 모른 채 죽는 원혼들을 달래주는 법이 이 영화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다른 공포 영화는 등장하는 캐릭터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급격하게 스토리텔링의 힘을 잃게 되는 반면, 이 영화는 캐릭터에 대해 정체불명이었던 앞부분을 지나고 각각의 캐릭터에서 “너는 누구였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급격하게 폭발하는 점이 좋았다. 이 영화의 히든 카드인 라미란의 열연이 돋보인,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폐가 안에서의 긴박했던 장면들은 그 좋은 사례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곳은 여전히 달빛만 교교한 밤이다. 달이 두 개면 최소한 낮의 절반 정도는 되어야 마땅할텐데, 어쩌면 나머지 하나의 달은 우리 마음 속에만 자리하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상징일 지도 모른다. 아니, 죽은 자의 눈에만 보이는 것일지도. 엔딩 크레딧이 다 끝나고 숨겨진 나레이션이 있다. 그리하여 액자구조였던 이 영화의 수미쌍관적 정체도 갈무리 된다.  

 

 

 

 

 

 

 

 

 

 


두 개의 달 (2012)

6.5
감독
김동빈
출연
박한별, 김지석, 박진주, 라미란, 박원상
정보
미스터리, 공포 | 한국 | 86 분 | 201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