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 복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효준선생 2012. 7. 2. 00:18

 

 

 

 

복수극은 앞부분보다 뒷부분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복수를 유발할 정도의 작용과 거기에 맞는 반작용이 있기 때문이며, 관객들도 앞부분에선 치를 떨다가도 뒷부분에선 희열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기에 이런 종류의 영화는 뒷부분이 압권이다. 그런데 영화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는 범죄 복수극이지만, 앞부분이 지나치게 험악한 이유로 과연 뒷부분에서의 복수가 타당할까 싶었다.


복수가 가능하려면 일단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피해자가 여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해자는 다섯 명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고 피해자는 가냘픈 여성이다. 그렇게 모질게 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막판엔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생사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연 정신적 충격과 체력을 추스르고 그 다섯 남자에게 일대 일로 복수를 감행할 수 있겠냐하는 것이다. 또, 복수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물건들도 여자 혼자서 마련하기에 가능해보이지 않았다. 마치 제3자, 예를 들어 피해자의 언니정도로 보이는 완전 다른 인물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어둑한 시골길, 외딴 오두막에 여자 혼자 글을 쓰겠다고 들어선 것 부터, 그녀를 멀찍이 바라보는 음침한 눈빛의 사내들, 무슨 깡으로 그러고 싶었는지 되묻고 싶었다. 그런데 이 영화 후반부에 마치 스크래치처럼 스쳐가는 장면을 통해 그동안 이 오두막을 찾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이번만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거기에 민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보안관까지 개입한다는 건, 스쳐볼 문제는 아니다.


보안관의 이중성은 다른 날건달 청년들과는 좀 다른 케이스다. 딸 아이가 있고 임신한 부인이 있음에도 사건현장에서조차 느긋하게 딸과 통화를 하는 장면은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나를 말하고 있다. 나중에 처참하게 복수를 당하면서도 자기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그러했다. 누군가의 딸에겐 몹쓸 짓을 하고도 자신의 딸에겐 한 없이 자상한 척을 하는 위선이라니.


복수극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재미있는 것은 가해자들의 습관과 여자에게 행했던 겁탈의 특징을 그대로 되갚아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뚱보에겐 눈을 낚시 바늘로 집어 치켜 뜨게 하고 까마귀에서 먹히게 한다거나, 여자의 치아에 집착했던 놈에겐 발치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한껏 멋을 부리던 놈에겐 얼굴에 화공약품을 들이 부었으니, 그녀가 하고 싶었던 복수의 유형은 총 한방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이들을 한 명씩 처단한 뒤, 그녀의 표정은 어땠을까? 후련한 기분이었을까 아니면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한다는 그런 기분이었을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을 몸과 정신적 충격으로 운신조차 하기 힘들었을 그녀에게 이들 다섯 남자의 처참한 마지막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영화 제목처럼 무덤은 누구의 무덤인지 모르겠다. 이미 죽은 자에게 분노를 퍼부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폭력이 폭력을 양산하는 세상에서, 마치 짐승들의 그것처럼 희번득거리던 놈들의 눈빛과 복수의 결의에 차있던 여자의 눈빛은 하나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여주인공을 맡은 사라 버틀러의 영화라고 해야 맞다. 전라의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주며, 여배우로서는 정말 하기 힘든 장면도 여럿 보여준다. 1978년에 나왔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원작의 아우라가 어땠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 영화는 이 영화로 만족해도 좋을 듯 싶다.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2012)

I Spit on Your Grave 
7
감독
스티븐 R. 몬로
출연
사라 버틀러, 채드 린드버그, 제프 브랜슨, 다니엘 프란체스, 앤드류 하워드
정보
공포, 스릴러, 범죄 | 미국 | 108 분 | 201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