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헤이와이어 - 왜 그러셨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

효준선생 2012. 7. 1. 00:17

 

 

 

영화 헤이와이어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잘 쓰지 않는 단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심오한 의미가 영화의 주제를 말하고 있음을 영화를 다보고 나면 금방 알아낼 수 있다. 한국어로 해석하자면 딱히 쓸 만 한 곳이 없는 부품이라는 뜻으로 사람에게 치환하면, 토사구팽이나 계륵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었다.


조직의 명령에 따라 온 힘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느라 하루도 얼굴 성한 날이 없을 지경인데, 조직이 개인에게 보여주는 실망스런 처사에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큰 얼개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여자고, 조직은 일개 깡패 조직이 아닌 국가의 부름을 받아 대신 움직이는 이른바 秘線조직인 셈이다. 액션영화엔 자주 등장하는 어느 나라의 정보부서가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하는데, 그녀가 일하는 부분은 바로 정보부가 민간 경호업체에게, 이른바 하청을 준 조직이다. 그러니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국가의 일이 아니라 민간업체의 일이며, 설사 임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절대로, 국립묘지에 안장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른바 비정규직 취업인데, 주인공인 말로리는 참 열심히 뛰어다닌다. 영화 시작부터 레스토랑에서 멀쩡하게 생긴 특수요원을 오뉴월 개패듯 하는 걸 보니 그녀가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이 싸움이 나름 그 남자에 대한 애정의 표시였다는 점이다. 스페인에서의 인질 구출작전에서 돌아온 말로리는 별로 내키지 않는 다음 작전에 투입되고 그곳에서 가짜 남편 행세를 하던 폴과 만난다. 이 남자도 말로리에게 쥐 잡히듯 얻어터지고 급기야는 사망에 이른다.


이 영화는 첩보전이라기 보다, 전직 격투기 선수였던 지나 카리노를 선택해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입식 타격전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처럼 보였다. 그렇게 보인 이유는 그녀의 한방이 멋있다기 보다, 그녀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다른 배역들의 면면이 올스타 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진짜 격투기 선수와 붙어서 얻어맞는 진짜 배우들이야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요즘 잘나가는 배우인 채닝 테이텀, 마이클 패스밴더, 그리고 영국을 대표하는 훈남, 이완 맥그리거 까지 죽도록 얻어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싸움 장면에서의 지나친 현실감은 그만두고 문제는 헐거운 스토리 라인에 있었는데 엔딩 장면에서 조종자의 입을 통해 그녀가 왜 조직에 의해 버림을 받아야 했고 그 모든 계획은 누구의 아이디어라는 말까지 나와 버렸지만 그 이전까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이야기 전개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물론 말로리는 각각의 장소를 돌아다니며 각기 다른 헤어스타일과 패션으로 두 명의 배우인가 싶을 정도로 차별을 두려고 했지만 아직은 어색한 연기력과 국가는 그녀를 버렸다는 자극적인 문구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은 없었던 것은 이 영화를 밍밍하게 만든 요인이다. 배경음악이나 효과음도 별로 없이 싸움 장면에서 퍽퍽 하는 자연스런 타격음이 이 영화를 더더욱 하드보일드 하게 만들었다. 워낙 여주인공의 액션 장면에 신경을 다 쓰다보니,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주변부 인원들의 스포트 라이트는 거의 없었으며, 오로지 여주인공의 발차기에 다들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일하는 곳에서 가장 잘 나가는 요원을 골라 그를 제거함으로써 그동안의 조직의 어두운 면을 지워 보려고 한 모양인데 그것도 결코 쉽지 않다. 상대는 여자라기 보다 무적자로 보인다. 급작스럽게 마무리 되는 엔딩을 잘 보면 영화 속 음모의 조종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아무튼 이 와중에 우여곡절 끝에 이 여자의 복수극은 일단락 된다. 

 

 

 

 

 

 

 

 


헤이와이어 (2012)

Haywire 
6.6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이완 맥그리거, 지나 카라노, 마이클 패스벤더, 채닝 테이텀, 마이클 더글러스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92 분 | 201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