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 - 흐미, 나도 저기 가고 싶어져요

효준선생 2012. 3. 12. 00:15

 

 

 

 

 

운전면허가 없는 터라 자동차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관심없지만 기차는 좀 다르다. 출발 시간에만 맞춰가면 거의 정확하게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 근처까지 데려다 주며 비교적 안전하고 기차라는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자동차나 버스, 택시 등속보다 훨씬 정감있게 느껴진다. 폐소 공포 증후군의 초기 증세가 있어서 인지 모르지만 정해진 시간동안 옴짝달짝 할 수 없는 다른 탈거리보다 기차는 그 안에서 대략하고픈 일들을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어린 시절 기차를 타고 앉아있으면 홍익회 아저씨들이 걸쭉한 목소리를 뽑아내며 삶은 계란 있어요, 사이다 있어요 하고 지나가면 錢主의 눈치를 보면 그만이다. 가끔은 부라보콘이나 김밥등도 챙겨먹을 수 있고 천안을 지나면 호두과자의 유혹도 그냥 무시할 수 없다. 경험을 한 것인지 아니면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박힌 것인지 몰라도 대전역 플랫폼에서 파는 국수를 잽싸서 사서 먹고는 그릇은 알아서 처리했던 이야기며, 기차를 놓칠까봐 마구 달려서 아무칸에나 올라타고 출발하면서 제 자리를 찾느라 부산을 떨던 이야기, 전라선을 타야하는데 호남선을 타는 바람에 천안에서 갈아탄 이야기 등등. 기차여행이 주는 묘미는 다양하다.


테라 출판사에서 펴낸 심청보이 쓰고 김준영이 찍은 책 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맛있어 보이는 유혹이다. 일본 여행 콘텐츠 답게 비교적 작은 판형에 컬러 사진을 다량으로 집어넣고 디자인을 팬시스럽게 만들어서 가독성이 좋다. 일본 남부의 후쿠오카에서 북부의 삿포로까지 오로지 기차로 이동한 33일의 여정동안 이들은 먹고 마시고 자고 느낀다. 행복해 보였다. 저자들은 사소한 여행기라고 했지만 여행은 사소한 게 좋다. 그래도 해야 할 일들, 봐야할 것들은 꼼꼼하게 채워넣은 느낌이다. 다른 여행기를 읽다보면 자신들이 간 곳의 이야기임에도 “~라고 한다”체가 너무 많아서 실제 경험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베낀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또 일본에 잘 아는 이들이기에 현학적 자세를 견지할 수도 있음에도 그렇게 거부함없이 마치 여행 르포기사를 읽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이 책엔 유명 관광지만을 소개하는 가이드 북에선 볼 수 없는 희소적인 내용들이 있다. 별거 아닌 곳임에도 이야기가 있고 정감이 있다. 배낭을 매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숨을 몰아 쉬는 느낌도 전해 받을 수 있다. 모처에선 여행과 여행 사이를 이어주는 긴 한숨소리도 있고, 그 가늘어진 실타래를 맛있는 먹거리로 다시 팽팽하게 당겨주기도 한다. 일본 여행정보 서적이 아닌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냐고 물었을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줄 만한 책이다.


저자 심청보는 원래 중국통이다. 그가 쓴 북경 필살기라는 책도 가지고 있기에 이 책도 어느 정도 믿음을 갖고 선택했다. 중국과 일본을 주유하며 하고픈 일을 하며 사는 “유쾌한 청춘”이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

저자
심청보 지음
출판사
TERRA | 2010-03-22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JR 패스를 손에 들고 떠난 두 남자의 일본 기차 여행기!무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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