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로렉스 - 자연은 그냥 놔두라고 해서 자연이다

효준선생 2012. 5. 3. 00:30

 

 

 

 

 

가상의 마을 스니드빌에 사는 소년 테드는 살아있는 나무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은근히 사모하는 이웃집 누나 오드리가 진짜 나무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에 테드는 이 세상에서 나무가 사라진 이유를 알고 있는 한 남자, 윈슬러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영화 로렉스는 원색의 畵感이 무척 곱다. 마치 따뜻한 털실을 손으로 쓰다듬는 것처럼 유려하다. 원색과 파스텔톤의 색들이 잘 어울려 내용이 아닌 화면만 보고 있어도 안온한 느낌을 전달받는다. 하지만 이 만화영화는 나름 심오한 사회문제를 터치하고 있다. 86분짜리 비교적 짧은 애니메이션 안에 환경보호,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유통구조의 문제, 악질적 재벌의 탐욕등 가상의 미래 사회를 지향하는 것 같아보이면서 오늘날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현실적 문제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윈슬러라는 이름의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에 다름아니다. 그가 젊은 시절 도처에 널려있던 트러플라 나뭇잎으로 짠 스니드 목도리가 우연히 대박을 치자 자본력을 가진 재벌들이 들어와 스니드의 재료인 트러플라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리면서 불행은 시작된다. 마지막 한 그루의 나무마저 벌채되면서 그 일대는 황폐화 되었고 자연정화 능력을 상실한 그곳에 살던 생명체들은 모두 떠나고 혼자 남았다는 전설. 어디선 많이 듣던 이야기가 아닐까? 아마존강 유역의 밀림들이 산업화의 재료로 나무 베어지면서 지구의 허파가 병이 들고 있다는 국제 뉴스. 이땅에서 아주 먼 곳의 일이니 나와는 상관없다며 무시하지만 그로인해 오존층이 뚫리고 자외선이 강해지면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일부 국가는 이미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기후변화 현상들.


산업화라는 미명하에 인류는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로인해 잃어버리는 수많은 가치들. 우리는 쉽게 말한다. 자연은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살날이 얼마 남아 보이지 않은 늙은 위정자들은 치적을 위해 멀쩡한 땅을 파헤쳐 그곳의 생태계를 유린하고 시멘트를 덧발라 숨이 막히게 만든다. 모든 것을 직선화 시켜야만 비로소 안도하는 일종이 병적 증세에 자연이 스스로 무너지는 오늘이다.


테드가 살고 있는 오늘을 보자. 나무는 전부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보기에만 아름답게 보이고, 땅 한줌 보기 힘든 곳에다 죄다 페인트 칠을 해놓았다. 그리고 그곳을 지배하는 재벌들은 여전히 반성은커녕 도시의 공기를 오염시켜 사람들이 자기들이 만든 공산품인 신선한(?) 공기를 더 많이 사마시게 하자며 나무를 심는 것을 극력 반대하고 있다.


함께 사는 것은 인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종류의 생명체, 그 안에는 동물도 식물도 있어야 한다. 누구라도 그들이 사는 터전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인간보다 더 먼저 지구에 나타났을 미물들에겐 그들만의 권리가 있다. 갈아 없어야 그게 발전이라며 호도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 꼭 보여주고 싶다.


노란색 체구에 노란색 수염이 근사한 나무의 정령 로렉스가 말하지 않던가. 모든 일의 시작은 어른들의 욕심에서 말미암은 것이라고. 원슬러라는 이름이 옛날 옛적에 살던 사람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과오 때문에 스스로를 책망하며 갇힌 채 살 것인가. 제발 좀 같이 좀 살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잘난 오-헤어그룹이 만든 깡통속의 공기가 아닌 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치톤피드라고. 오랜만에 삼림욕이라도 하러 가야겠다.  

 

 

 

 

 

 

 

 

 

 


로렉스 (2012)

Dr. Seuss' The Lorax 
9.1
감독
크리스 리노드, 카일 발다
출연
대니 드비토, 에드 헬름스, 잭 애프런, 테일러 스위프트, 롭 리글
정보
애니메이션 | 미국 | 86 분 | 201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