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 어른이 되지 못한 아들에게 전합니다

효준선생 2012. 4. 29. 00:36

 

 

 

 

 

 

남자는 장발 펑크 머리에 지금 빨간 립스틱을 되나 마나 바르고 있다. 쇼핑몰 안에서 무명밴드의 공연을 듣고 있는 그는 멀리서 봐도 퇴락한 왕년의 밴드마스터처럼 생겨먹었다. 사람들은 그의 옷차림에 관심을 가졌지만 섣불리 누구냐고? 혹은 누구 아니냐고 묻지 못한다. 무서워서일까 아니면 그가 누구인지 알지만 묻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일까?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의 오프닝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아니면 약에 취한 듯 흔들거리는 어는 중년 남자의 외양에 포커스를 맞춰가면서 지금 그 남자의 정서를 가다듬고 있었다. 그는 셰이엔이었다. 그 옛날 매니아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바 있던 록스타. 나름 잘 나가던 뮤지션의 오늘의 모습은 추레하다 못해 정신이상자 같은 몰골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소리에 힘도 없고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은 예순 노인처럼 보였다. 거기에 알이 굵은 검은 선글라스에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길 없는 낡은 트렁크까지. 일주일만 더 지나면 노숙자 소리 듣기 십상인 채로.


아이는 없다고 했다. 옆 사람들이 야한 농담을 하면 손을 휘휘 저어가며 관심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가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내가 있지만 관계가 엄청나게 좋은 것도, 그렇다고 유리창 밖 와이프도 아니다. 친구같아 보였다. 그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길래 그런 신산한 삶을 사는 것일까? 영화는 일상을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년의 삶을 반추하는 가 싶었는데 그 남자의 아버지로부터 부고를 받고는 영화는 로드무비로 전환된다.


분장을 지우고도 대략 쉰은 되어보이는 남자의 아버지라면 여든은 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면 호상이라고 부를 만 한데, 남자는 임종은 포기한 모양새고 바다 건너 미국까지 가려면 비행기를 선택해야 함에도 마치 유람이라도 떠나는 사람 모양 배를 선택한다. 고향에 가서도 그의 행색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단지 그의 여정이 바뀐다. 영화가 선택하는 주제도 변경된다.


홀로코스트는 악명 높은 나치 포로수용소였다. 그 안에서 자행된 비 인간적인 행태는 추후에 세상에 알려지면서 얼마나 인간이 잔인해질 수 있는 지의 샘플이 되었으며 혹자는 현재 진행중인 관타나모 수용소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까지 한다. 유태인 역사에서 치욕의 한 페이지가 된 그 시절. 남자의 아버지는 그곳 포로 출신이었다. 그리고 유언처럼 남긴, 자신을 모욕한 독일병사를 찾아달라는 말. 남자는 바로 그 사람을 찾으러 떠난다.


지금으로부터 60년은 된 과거의 이야기가 왜 오늘 들춰지는가 제 한몸 가누기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남자가 미국 대륙을 횡단하다 시피하며 종적도 알 수 없는 독일 병사를 찾아나서는 길은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로 보였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심각한 복수극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려 엉뚱한 일을 해주며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털어 놓기도 한다.


비록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나선 길이지만 그에게 전직 나치 군인이란 희미한 화석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보다는 극중 대사에도 나오지만 “내 인생이 이럴거야” 라고 말하는 나이에서 “인생이 그런 거죠” 라고 말하는 나이가 되어간다는 말처럼 산다는 것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자기가 좋아서 음악인으로 살다 30년이나 만나지 않은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남의 나라에서 누군가의 종적을 따라간다는 것.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 모든 여정의 끝엔 죽음이나 복수의 활극 대신, 한 노인의 피골이 상접한 헐벗은 나체만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한 인생의 마지막을 연상시키듯. 이 영화는 배우 숀 펜의 1인극이나 다름없다. 위험한 줄타기를 하듯 비척거리는 모습으로 온통 러닝타임을 채우지만 그가 아니면 결코 어울릴 것 같은 않은 연기들. 그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 왔을때의 번듯한 모습에선 역시 숀 펜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워주고 싶었다. 멋지구나. 그래서 다들 숀 펜이라고 하는구나 했다.


우울한 노래를 불러 자신의 노래를 듣던 아이들을 자살로 이끌게 한 뒤 상처를 받고는 음악을 그만둔 전직 뮤지션, 그가 비틀거리며 걷는 이유였다. 그런 음악이나 한답시고 기타줄이나 튕긴다는 아버지와 등을 돌리고 산 지난 세월. 아버지는 자신만의 복수를 아들에게 남겼고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간 뒤에서야 소원풀이에 나선다. 이제 그 자신도 아버지가 되고도 남을 나이. 어른의 성장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장은 누구나 하는 것이기에.


배경으로 깔리는 컨트리풍 계열의 음악하며 노을이 지면서 펼쳐놓는 수채화 같은 원근이 참 멋진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 아버지가 되어야 함에 아직도 아들로 살고픈 여러분에게 드리는 영화다.     

 

 

 

 

 

 

 

 

 


아버지를 위한 노래 (2012)

This Must Be the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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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숀 펜, 프란시스 맥도맨드, 고든 마이클스, 쉬어 윙햄, 해리 딘 스탠튼
정보
범죄, 스릴러 | 이탈리아, 프랑스, 아일랜드 | 118 분 | 201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