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하트브레이커 - 당신의 사랑을 들들 볶아 드릴께요

효준선생 2012. 4. 5. 01:45

 

 

 

 

 

딸의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가 있다. 부자인 사위가 마음에 안드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백년손님이 마음에 안들면 “나는 이 결혼반대일세”라고 선언하면 그만일텐데 프랑스에선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자칭 남녀관계 깨부수기 달인이라고 부르는 프로팀을 고용해서 딸의 혼사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결혼을 앞둔 남자들은 총각파티를 찐하게 해버려서 그런지 결혼 당일까지 별로 번뇌가 없는 것 같다. 결혼까지 몇 시간 남았다며 룰루랄라 하지만 여자는 이내 심각해진다. 뭐야 진짜 이 결혼 하기 싫은 거야? 근데 왜 웨딩드레스까지 입어보고는 내내 울상인거야?


우스개 소리로 결혼식을 마쳐야 진짜 부부가 되는 지 알 수 있다고 하더니만 프랑스의 부잣집 딸내미 줄리엣의 표정이 영 아니올시다. 그녀의 고민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자칭 보디가드가 자기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서다. 물론 훈남이라고 우기긴하지만 잘 생긴 남자 많기로 소문난 프랑스에서라면 그 정도 인물로 자기를 뻑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아주 천천히 그의 매력에 빠져드는 건, 그가 보여주는 자상한 배려처럼 보인다. 하기사 그녀가 좋아하는 웸의 노래를 틀어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더티댄싱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면 어떤 여자가 마다하겠는가. 오랜만에 에전에 좋아하던 노래와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자니 추억이 방울방울 떠올랐다. 너무나 아까운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


근데 이 남자는 누구인가? 물론 여자의 아버지에게 고용된 사랑의 훼방꾼으로, 늘 같은 레파토리에 같은 결론으로 여자들을 애타우는 수법으로 수많은 작전(?)에 성공한 러브 킬러지만 어느새 의뢰인의 딸에게 마음을 주고 있음을 알게 되니, 이것 참 인연은 따로 있고, 짚신도 다 제짝이 있는 걸까?


며칠 없는 결혼준비 기간동안 알콩달콩 투닥거리는 남녀의 모습은 자못 사랑스럽지만 유쾌해보이지는 않는다. 결혼을 앞둔 여자의 묘한 심리앞에서 마치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의 모습처럼 또 한 명의 남자 마음을 아프게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영화 하트 브레이커는 정형화된 결론을 제시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한없이 냉정했던 남자가 비로소 제 짝을 앞에 두고 마음 설레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과 사랑을 저울질 한다는 이야기. 팀 플레이를 하면서 벌이는 갖가지 웃음 코드로 긴장할 필요없이 보면 되지만 자기 마음에 든다고 남의 여자를 뺏는다는 설정은 마뜩치 않아 보인다. 솔직히 돈이 궁해 무리한 작전을 수행하면서 돈 많은 집 무남독녀 외동딸에게 혹하지 않을 남자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동안 타인의 사랑을 고의로 갈라놓았던 남자의 태도 때문인지 그가 말하려는 사랑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뢰는 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결혼식장에서 도망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향해 달음박질치는 여자의 마음을, 모쪼록 부디 행복하라고 응원해주어야 겠지. 조니 뎁의 아내였던 바네사 파라디가 여주인공으로 나오고 프랑스 배우와 프랑스어 대사로 된 미국식 유머로 꾸며진 프랑스 영화 한편으로 생각하면서 보면 될 것 같다.

 

 

 

 

 

 

 

 

 


하트브레이커 (2012)

Heartbreaker 
8.3
감독
파스칼 쇼메유
출연
바네사 파라디, 로맹 뒤리스, 앤드류 링컨, 줄리 페리에르, 프랑소아 다미앙
정보
로맨스/멜로 | 프랑스, 모나코 | 105 분 |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