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온 투어 - 우리의 쇼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효준선생 2012. 4. 6. 00:50

 

 

 

 

 

프랑스 사람 조아킴은 한때는 기막히게 잘나가던 텔레비전 프로듀서였다. 불운한 사건에 휘말려 일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가서 칩거하던 차에 3류 밤무대 가수와 배우를 섭외해 벌레스크 댄서단을 만들어 프랑스 곳곳을 순회하기 시작한다. 영화 온투어는 한물간 전직 프로듀서의 개인및 가족문제와 역시 별 볼일 없던 캬바레 댄서들의 고군분투 역정기를 화려한 공연과 위트 넘치는 연기로 버무린 흥미로운 성인물이었다.


흔히 캬바레하면 중년 남녀들의 불건전한 만남을 위주로 공중파에선 보기 힘든 흘러간 무명가수들의 스테이지로 꾸며지는 밤의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영화속의 그곳은 반드시 그런 곳은 아니었다. 대신 여전히 이성에 대한 욕정이 꿈틀거리는 성인들의 기묘한 성적 판타지를 유쾌한 제스처와 쇼로 구성해 보여주는 무대라고 보는 게 옳다. 하지만 그런 무대가 아무에게나 제공되는 건 아니었다. 조아킴 단원의 경우, 마치 유랑극단의 그것처럼 프랑스 지방을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그리는데 그럼에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파리엔 갈 수 없다고 했다.


조아킴은 영화내내 상당히 불쌍한 이미지로 나온다. 무대를 알선받기 위해 찾아간 옛 동료에게 얻어 맞거나 심지어 단원들에게 조차 무시를 당하거나 뺨을 얻어맞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이들을 하나로 묶는 힘은 그들 모두가 내세울 게 없는 루저이기 때문이고 그 사실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뭉쳐야만 그나마 살아갈 수 있음에 이들은 동의하고 그렇게 움직여 온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조아킴은 이들 모두에겐 메시아가 된 셈이다. 본인의 생활은 비록 엉망이 되어감에도.


이 영화의 볼거리는 조아킴과 단원간의 협력구조하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외에도 역시 벌레스크 공연이다. 세상 어디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야한 장면들이 다수 출몰하고, 그저 눈요기로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혼신을 다해 그 어려운 연기들을 해내는 모습이 프로페셔널다웠다. 이들 벌레스크 댄서들은 현역 혹은 이미 은퇴한 실제 배우들이며 이번 영화를 위해 다시 무대위에 오른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몸을 세상에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열정이 아니고서는 선보일 수 없을 거란 진심이 엿보였다. 그건 그들의 떨리는 눈빛에서도 읽을 수 있었으며 아마도 그 힘은 주연배우이자 감독인 마티유 아말릭의 노고라고 보인다. 정극 배우들이 아니기에 그녀들의 동선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어려웠을 법하고 특히 그와 미미 르모와의 애틋한 러브라인은 왠지 쓸쓸함 마저 느끼게 했다.


비가 온 다음에 땅은 더 굳어진다고 했다. 감독의 고향인 프랑스에서 유랑극단처럼 정해진 무대도 없이 그때그때 공연을 해야하는 처지이지만 이들의 희망은 쉽게 여길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 보였다. 출렁이는 뱃가죽은 어찌보면 요즘 미적기준엔 한참 모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그들에게 최선의 퍼포먼스일 거라는 믿음이 들자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감독은 바로 그 점을 염두해두지 않았을까   

 

 

 

 

 

 

 

 

 


온 투어 (2012)

On Tour 
0
감독
마티유 아말릭
출연
미란다 콜클라슈어, 수잔느 램지, 린다 마라시니, 줄리 아틀라스 무즈, 안젤라 드 로렌조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프랑스 | 107 분 | 2012-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