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웰컴 투 마이 하트 - 타인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을까

효준선생 2012. 1. 31. 01:11

 

 

 

 

 

시카고에 살고 있는 부부에겐 무슨 일이 생긴걸까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남자는 친구들과 어울려 포커를 치거나 동네 와플집에서 흑인 점원과 노닥거리거나 적절치 못한 관계를 맺으며 하루를 산다. 집안에서 꼼작을 않는 부인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예전 교통사고 딸을 잃고는 세상이 무서워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이른바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뉴 올리언즈가 주는 이미지는 한국에 비견하자면 남도 쯤이 아닐까 싶다. 재즈는 서편제에 비유되고 미시시피강은 섬진강에 비유할 수 있는 그런 곳. 영화 웰컴 투 마이 하트는 시카고의 부부와 뉴 올리언즈에서 바닥 생활을 하는 열 여섯 살 스트립걸의 인연만들기가 주된 이야기 얼개다.


살면서 누군가와의 인연에 애달파 한 적이 있다면 이 영화는 최루의 눈물이 될 수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트라우마가 여전히 뇌리에 각인되어 현실 생활을 정상적으로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남자가 시카고를 떠나 머나먼 뉴 올리언즈에 출장와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전화 한통은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아내를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딸에 이어 남편마저 잃어버릴 수 없다는 강한 집념처럼도 보인다. 반면 뉴 올리언즈의 허름한 스트립바에서 만난 어린 여자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킨 남편의 심정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인 듯 싶다. 와플 가게 종업원의 돌연사까지 겹치며 어쩌면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비명에 가야 하는지 탄식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소녀에게 손을 내민 것인지도.


재미있는 부분은 힘들게 차를 몰고 낯선땅에서 조우한 남편이 어린 소녀와 한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분노하기는커녕 자신도 마치 소녀의 엄마인 것처럼 행세를 하는 부분이다. 소녀가 직업병을 호소하자 여자는 친엄마처럼 살갑게 군다. 여러해 전 죽은 딸을 대하듯. 정말 그런 마음일까


소녀의 속옷을 사주기 위해 남편과 아내, 그리고 소녀가 마트에서 쇼핑하는 부분은 이채롭다. 그런데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유리창처럼 건너편은 보이지만 가운데는 결국 가로막고 있는 일종의 장애물이 느껴진다.


소녀의 출처는 확실하지 않다. 그녀의 입으로 과거를 말하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하지만 어떤 어른은 그녀의 몸을 탐하고 돈을 던져줄 뿐이다. 그런 소녀앞에서 철저하게 막아서지 못한 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은 나약해보였다. 남자와 여자의 그동안의 모습은 허상이자 소녀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스트립걸로 나오는 트와일라잇의 히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영화 런어웨이즈에서처럼 이런 망가진 캐릭터도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나이에 안맞게 깊은 시름이 담긴 눈매는 밝고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고수해야 하는 청춘 영화보다 훨씬 잘 매치업되어 보였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남자의 성을 따서 “어서오세요. 라일리의 집입니다”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카고에 사는 라일리 집보다 뜨내기들이 거쳐 지나는 뉴 올리언즈의 허름한 렌트 하우스가 더 큰 무대가 되었다. 그곳에서 주인공 셋 다 결손을 메꾸지 못한 채 시름겨워 한다. 한발 더 다가서면 정족지세가 깨질 듯 위태롭다. 그래도 서로에게 위안이 될 지도 모른다는 아주 미세한 희망이 보여 다행인 셈이다. 겨울이다. 누군가에게 손 내밀어줄 진심은 남아 있는 걸까.

 

 

 

 

 

 

 

 

 


웰컴 투 마이 하트 (2012)

Welcome to the Rileys 
9.4
감독
제이크 스콧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멜리사 레오, 제임스 갠돌피니, 랜스 E. 니콜스, 데이빗 젠슨
정보
드라마 | 영국, 미국 | 110 분 |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