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 억척엄마 분투기

효준선생 2012. 1. 26. 01:14

 

 

 

 

젊은 여자를 지칭하는 속어인 chick과 문학의 literature의 합성조어인 칙릿은 소설에서 시작해서 연극, 드라마, 영화로 이어지며 많은 여성팬과 “그녀들”의 심리를 엿보기 위한 남정네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뭐니 뭐니 해도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출발한 이런 장르의 영화는 확실하게 도회적인 분위기와 현대의 사회상을 아우르는 시도로 인해 나름의 재미를 주고 있다. 그런데 그 도회적인 분위기라는 게 가장 히트를 친 원작의 아우라를 벗어나지 못한 채 미국 뉴욕시티안에서 맴돌거나 대충 그런 분위기가 나는 도시 “삘”을 강요함에 따라 비슷비슷해진 것도 사실이다. 해서 새로 나온 칙릿 영화는 기존의 유사 영화들과의 차별화가 마케팅에서 가장 필요한 전략이 된 셈이다.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의 포스터 전면을 장식한 사라 제시카 파커는 이런 칙릿 영화의 대표적인 인물이며 전작들도 대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도 연세가 들면서 언제나 골드 미스의 재기발랄함만으로 승부를 할 수 없기에 유부녀(들어는 봤니 모건부부)에 이어 이번 영화에선 아들과 딸 둘을 둔 억척 엄마로 등장해 나름의 삶의 지혜를 선보이고 있다. 물론 실제로 아들을 둔 엄마로서 그녀의 영화속 캐릭터는 매우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몸개그를 작렬시키며 자신의 단독 타이틀 롤임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알파맘이라 하여 자식교육에 자신이 얻어낸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아이들을 뒷받침하는 엄마라는 신조어가 있다. 영화속 케이트는 하지만 알파맘이라기 보다 알파걸에 더 가깝다. 자식 교육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성취도 포기할 수 없는 일벌레에 가까운 모습이다. 회사일과 가정일을 병행한다는 게 가능할까? 영화 초반 그녀의 초능력에 가까운 운신 장면만으로 그녀의 능력에 감탄하지만 그녀도 사람이었다. 아이들을 놔두고 멀리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결국 그녀는 남편에게 sos를 치고 심지어 모르는 할머니가 아이들을 보는 사태까지 이른다.


여성관객의 입장에서만 보면 이래서 결혼을 하면 여자 손해라고 말할 장면도 등장한다. 반대로 남자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와이프가 아무리 회사일때문이라고 하지만 외간남자와 단둘이 출장을 간다고 할때 속편할 사람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 영화는 디테일한 싸움장면과 끼어든 남자(?)를 위한 어드밴티지는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허당에 가까운 억척엄마의 좌충우돌 성공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녀가 만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아슬아슬한 점이 없지 않지만 애시당초 "여자가 밖에 일하면 안좋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그녀가 선택한 가장 현명한 한 가지로 꾸준히 밀고 나간다.


영화속 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엄마는 매일밤 잠자리에서 리스트를 작성한다”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떠올려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잠이 든다는 말이다. 그러니 제대로 숙면을 취할 수가 없다. 영화의 나레이션이 독특한데 케이트를 알고 지내는 주변인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이야기를 한다. 맞는 말도 틀린 말도 있다.


자신의 일도, 육아와 남편에 대한 내조도 포기 할 수 없다는 이 여성에게서 굽 높은 하이힐이라도 벗겨주고 싶었다. 그럼 좀더 편하게 달릴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2012)

I Don't Know How She Does It 
8.9
감독
더글러스 맥그래스
출연
사라 제시카 파커, 피어스 브로스넌, 그렉 키니어,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비지 필립스
정보
코미디 | 미국 | 90 분 |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