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파 - 우리가 진정 한 식구란 말입니까

효준선생 2012. 1. 28. 00:06

 

 

 

 

사내가 하나 있다. 한국에서 사고를 치고 미국으로 내뺀뒤 영주권을 얻어내기 위해 현지에서 한국계 여자와 위장결혼을 했다. 그런데 도로 갓길에 주차를 하고 용변을 보는 도중 차안에 남아있던 여자가 트럭에 받혀 사망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이 남자의 미국 체류엔 문제가 없는걸까


영화 파파는 흔히 볼 수 없는 기구한 인생역정에 가족애란 도대체 무엇일까 라는 가정을 덧붙인 시츄에이션 드라마였다. 위에서 말한 남자에겐 흥한 일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여자가 남기고 간 자식들, 그것도 여섯이나 된다. 재미있는 건 그녀 역시 연이은 재혼과 각각의 남편들이 남기고 간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맨 마지막 남자의 부양의무가 되었다는 점이다.


빙 돌아 온 셈이지만 위장결혼을 한 여자가 남기고 간 아이들의 면면도 골치가 아프다. 첫째는 낼 모레 성인인지라 철은 들었지만 고집도 세 보이고 소녀 가장의 책임때문인지 표정이 어둡다. 그리고 둘째는 완전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이야기도 잘 안하고 첫째 언니와 심각한 관계다. 셋째인 흑인 아들은 스모선수를 연상케하는 체구지만 그래도 인정은 가장 있어 보인다. 넷째와 다섯째는 쌍둥이다. 말보다 랩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게 편한 천방지축 개구쟁이들이다. 막내는 아직 어려서 누군가의 보호가 절실하다. 동양계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아 보인다.


이 영화는 도피중인 남자에게 운명처럼 달라붙은 아이들과의 밀고 당기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는데 처음엔 늘 삐거덕거리던 그들의 관계가 먹고 살기 위한 생계의 문제에 부닥쳐서야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트럭운전사의 보상금 마련을 위해 첫째 딸의 음악적 소질을 살려 오디션에 나간다는 설정인데 미국에서도 이 경연이라는 시스템이 유행인 모양이었다.


배우 고아라가 맡은 첫째딸은 갑자기 찾아온 새 아빠와 동생들 사이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보여주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하는 캐릭터였다. 노래하고 춤 추는 장면들이 나오기에 기대가 컸고 특히 박진감 넘치는 댄싱솔로 장면에선 혀를 내밀게 했다. 박용우가 맡은 새 아빠의 역할 역시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애써 피하기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가려는 모습에서 흐뭇함이 읽혀졌다.


영화 파파는 미국에서 90% 이상 현지 로케로 찍은 탓에 현지화에 신중해야 했던 영화로 보였다. 일단 의사소통이 되는 영어사용문제와 서양물을 먹은 아이들과의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자신이 버려진 존재라는 생각에 늘 견제적 정서를 가진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모습등에서 지나치게 한국적 마인드를 고집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아이들 중에 어눌하게라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이를 만들어 넣은 것도 그렇고 첫째 언니(누나)의 보호속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도 그랬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고 자라야 하는 아이들이 방치되길 반복하는 요즘, 가족이라는 게 반드시 혈연이어야 한다는 관념도 흐려진 것은 맞는 것 같다. 가장 어린 꼬마가 가족이니까 헤어지면 안된다고 읖조리는 모습에선 울컥하기도 했다. 오디션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모든 구성원이 달려가야 하는 모습과 언젠가 성공해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 엔딩에서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들어 상대적으로 희박해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파파 (2012)

8.7
감독
한지승
출연
박용우, 고아라, 마이클 맥밀런, 메그 켈리, 파커 타운젠드
정보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