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자전거 탄 소년 - 나는 아직 어리잖아요

효준선생 2012. 1. 11. 00:15

 

 

 

 

 

보육원에 살고 있는 소년이 전화기를 놓지 못하고 있다. 어디론가 전화를 해보지만 잘못된 전화번화라고만 한다. 그럼에도 소년은 미련을 접지 못한다. 소년의 아버지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는다. 살던 집에 가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대신 자기가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사만다 아줌마가 구해다 준 것으로 만족한다.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의 그 소년 시릴은 버려졌다. 엄마는 애시당초 존재하지도 않았고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아버지는 노골적으로 소년을 보는 것조차 스트레스라고 할 정도다. 소년이 기댈 곳은 없어보였다. 아직도 어른들의 관심이 많이 필요한 나이임에도. 그래서 소년은 어렵게 구한 자전거를 제 몸 가까이에 두고 또 누군가가 훔쳐갈까봐 걱정을 한다. 자전거가 그를 지켜 줄 수 있을까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이 영화는 돌봐줄 보호자의 돌연한 소멸후 10대 초반의 소년에게 불어닥친 심리적 변화, 그 또래가 보여줄 수 있는 일탈행위를 담담하게 끌어가면서도 사이사이 긴장감을 불어일으킨 수작이었다. 샤릴이 자신을 버린 아버지 대신 맞은 주말 위탁엄마 뻘인 사만다에게 조금씩 호감을 갖기도 하지만 그 관계의 모호는 샤릴을 위기에서 빼낼 만큰 강력하지 않았기에 더욱 불안했다.


거리의 불량배들의 접근은 보기에도 위태로워 보였다. 범죄를 획책하며 앵벌이를 시키는 부분에서는 심히 답답해졌다. 저럴 수도 있겠다. 친권자의 보호장치가 제거된 후 소년이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자신을 돌봐주는 거의 유일한 보호막인 사만다에게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는 부분에선 한숨이 새나왔다.


기성세대들의 책임에도 조준을 가했다. 친생부모의 책임을 마다하는 아버지, 자기아들이 소년을 죽었을 지도 모르는 현장에서 피 묻은 돌을 멀리 던져버리고 알리바이를 꾸미는 남자, 소년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은데 소년에게 폭력을 쓰고 돈을 빼앗는 법을 가르쳐 주고는 나중엔 자기 이름을 발설하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 동네 양아치등.   


이 영화는 소년으로 나온 배우의 몫이 엄청나다. 작은 소년배우에게서 느껴지는 내공은 천부적이 아닐까 싶었다. 엔딩부분, 큰일이라도 난 줄로 알고 모두가 쓰러져 있는 소년의 작은 등짝을 보는 순간, 그는 비틀거리면서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더 이상 소년을 향해 사회적 위해가 없어졌으면 했다. 다르덴 감독의 영화는 동양화 같은 여백의 미가 좋다. 신나서  즐겁다는 의미가 아니라 배경음악도 거의 없이 웃지 않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마치 사방에서 언제 화살이 날아들지 모를 것 같은 긴장감을 말한다.  많지도 않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사실적인 연기와 84분 동안의 흡입력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자전거 탄 소년 (2012)

The Kid with a Bike 
9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토마 도레, 세실 드 프랑스, 제레미 레니에, 파브리지오 롱기온, 올리비에 구르메
정보
드라마 |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 87 분 | 201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