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원스 어게인 - 스웰시즌의 사랑을 잃어버리고

효준선생 2012. 1. 2. 00:40

 

 

 

 

요즘엔 남녀 혼성듀엣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엔 간혹가다 볼 수 있었다. 대개 통기타 가수들이 그랬는데, 데뷔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팀이 해체되거나 혹은 두 며의 남녀 멤버가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기사가 나오곤 했다. 하루 종일 음악연습이라는 미명하에 달짝 붙어있으니 없던 정도 생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기사 연분이라는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해서라도 제짝을 찾는 건 나름 아름다운 일이다. 둘의 호흡이 잘 맞아야 좋은 노래도 나오고 그걸 듣는 음악팬들도 즐거워질테니 말이다. 문제는 뭔가 잘 안좋은 일 때문에 팀이 와해되는 경우도 있는데 짐작컨대 연애사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추측은 가능하다. 그만큼 결혼 적령기의 청춘남녀에게 팀웤이란 일과 사랑의 줄타기다.


영화 원스 어게인은 몇 해전 영화 원스를 통해 혜성처럼 나타나 많은 기성가수 이상의 인기를 끌며 순회공연을 하던 스웰시즌의 두 멤버를 통해 위의 사례중 하나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원제가 스웰시즌인 만큼 이 영화엔 원스와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대표작인 폴링 슬로우리가 한 차례 들려졌다. 아일랜드 출신의 글렌 한사드와 체코 출신의 마르게타 잉글로바는 나이차이나 음악을 다룬 경력을 감안할 때 거의 스승과 제자 사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어느덧 연인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늘 같이 다니며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정감을 나누었기 때문이 아닐까 재미있는 건 이들은 듀엣임에도 마이크 하나에 매달려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왠만한 사이가 아닌 이상 아무리 듀엣 팀이라고 해도 이렇게 부를 수 있을까. 영화속에서도 글렌의 어머니는 마르게타를 며느리뻘로 생각한다는 언급을 한다. 확실하게 단정짓지 못했지만 어쩌면 문제의 단초는 바로 이런 주변의 지나친 관심때문일 수도 있었다.


노래를 만드는 글렌과 달리 마르게타는 자신의 음악적 창의력에 고심을 하고 있었다. 대중이 자신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에 극도로 부담감을 가지고 있으며 유명해진다는 건 어쩌면 피곤한 일이며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듣고 있던 글렌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오스카상을 받아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삶의 유일한 낙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와 달리 장래의 자신의 아내가 될 지도 모르는 여자는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는 헤어짐의 전조를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어린시절을 회고하는 것 말고는 대부분 그들의 생음악으로 채웠다. 세션이 함께 하기도 했지만 대개는 글렌의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이었다. 독립영화속의 독립가수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노랫말은 서정적이면서도 요즘 한국가요와는 이질적이다. 귀에 쏙 들어오지 않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진짜로 사귀었다가 진짜로 헤어지는 게 맞나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뒷부분은 멤버 얼굴만 쳐다보게 된다. 카메라도 별 간섭을 하지 않는다. 조율은 없어 보였다. 각자가 실연을 의미하는 노래 한 곡조씩했다.


늘 함께 했던 연인이 하루아침에 아무렇지도 않듯 그냥 좋은 팀원처럼 행세하기 쉽지 않을텐데, 마그레타가 말한 것처럼 유명해지는 게 부담스럽고 지친다면 좀 쉬면 안될까 왜 그들은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이젠 아무도 아닌 서로를 보며 노래를 부르는 걸까 제목처럼 원스 어게인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인연이 아닌 사람을 한 공간에 몰아 넣은 것은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처럼 이들의 내일과 모레가 무엇을 의미하지 모르겠다.

 

 

 

 

 

 

 

 


원스 어게인 (2012)

The Swell Season 
4.5
감독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닉 어거스트 페르나, 크리스 답킨스
출연
글렌 한사드, 마르케타 이글로바
정보
다큐멘터리 | 미국, 체코, 아일랜드 | 91 분 | 201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