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무협 - 은둔 고수, 마지막 탕구트족으로 살아남기

효준선생 2011. 11. 16. 00:51

 

 

 

 

1227년 지금 중국 청해성 이남에 강역을 갖고 송나라에 버금가는 국력을 자랑했던 西夏國이 몽골군대에 의해 망했다. 중국 역사책 변두리에 조금 소개된 나라지만 자체적인 문자를 가진, 한족문화는 다른 탕구트족의 나라였다. 그런데 망한 나라 서하의 후예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마상에서 권력을 잡은 몽골족의 원나라는 화의와 강화를 통해 서하와 일정거리를 두고 데면데면 지낸 송나라와는 달리 침략국가의 폭압적인 자세를 견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하의 국민들은 몸을 숨기기 쉬운 중국 서남부로 피신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700년이 지났다. 아직도 스스로를 탕구트족의 후예라고 믿으며 살고 있던 그들에겐 종족 보존을 위해 한족은 극복해야할 대상이었다. 그러니 호전적일 수 밖에 없다. 영화 무협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현재 중국에는 55개의 소수민족과 한족으로 구성된 나라라고 하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정말 작은 수의 민족들은 훨씬 더 많다. 한족어로 당항족이라고 부르는 탕구트족은 현재 55개 소수민족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존하는 지 알 수도 없다. 영화 무협은 어찌보면 라스트 모히칸처럼 스스로의 민족성을 버리고 다른 민족과의 융합을 통해 더 이상 민족주의에 얽매일 필요가 무엇이 있겠나라며 유화를 내보이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다행인 것은 영화의 장소로 나오는 운남성 등충이라는 곳엔 한족이 거의 살지 않는다. 영화속에 나오는 엑스트라의 의상과 엔딩 크리딧에 떠오르는 이름을 보니 그들 역시 소수민족의 그것이었다.


영화 무협은 제목과 달리 무술을 버리려하는 한 남자의 도피기록이다. 마적처럼 사람들을 도륙하는데 아무런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그는 어느날 현장에서 어린 아이를 보고는 그 생활을 피해 형제와 아버지를 떠나 혼자 운남성 오지마을로 숨어들고 이름도 바꾼다.


어느날 마을에 온 도적과의 싸움으로 범상치 않은 무술실력이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다. 여기엔 1917년 당시 인물로 보기 어려운 검시관의 날카로운 조사때문이기도 했다. 검시관은 남자와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과거를 알게 되고 조만간 큰 광풍이 마을에 불어닥칠 것을 예감하고 불안해 한다.


무술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견자단과 오랜만에 중국영화에 돌아온 금성무는 외피만 시대극이지, 사실은 대도시 범죄극과 다름없는 이 영화에서 갈등과 협조의 임무를 담담하게 수행한다. 견자단의 액션영화를 볼때마다 느끼는것이지만 모든 영화마다 조금씩 다른 무술을 선보인다. 이번 영화에서도 가급적 타격기술을 피하고 상대방의 공격을 완충하거나 혈자리를 눌러 제압하는 고급기술을 보여준다. 또 한 명의 주목할 인물은 바로 왕우다. 이소룡이 등장하기 전 중국 무술영화의 히로인이었던 그의 등장은 반갑다. 나이는 속일 수 없지만 견자단과 대등한 무술솜씨를 뽐내며 토해내는 포효는 결코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운남성 등충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선과 악의 대립만이 아닌, 형제와 부친을 등진 채 소신을 지키며 살고픈 한 남자의 쓸쓸한 인생 후반기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