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사물의 비밀 - 남녀,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올라보다

효준선생 2011. 11. 12. 00:06

 

 

 

 

 

이렇게 독특한 話者가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 보았다. 영화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남자와 여자가 맞지만 그걸 이야기로 풀어내는 주체가 복사기와 디지털카메라라니. 신기했다. 그래서 나중엔 남녀 주인공도 노트북이나 정수기가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영화 사물의 비밀이야기다.


누가, 아니 어떤 물건이 이야기를 전개하든 이 영화는 발칙함이 상당히 좌우하는 로맨스다. 그 색이 거의 브라운을 띠는 바람에 조금은 질퍽하고 수위도 높아보이지만 결국 연상녀와 연하남의 새로운 조합이 과연 맞을까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수준이었다.


자기가 대학생일때 초딩이라며 나이어린 상대에게 밥그릇 숫자로 주눅들게 하는 수준을 벗어나 거의 엄마와 아들 같은 연령의 차이가 난다. 21년이라는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 시간 동안 그들은 초면했다. 그런데 은근히 잘 어울린다. 최소한 엄마와 아들 뻘은 아니라는 말이다. 장서희와 정석원 커플의 실제 연령차는 13살이라고 한다. 영화속에서는 교수와 대학생으로 나오는데 그들이 꾸며내는 이야기의 중점은 나이차가 아닌 우리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어요.라는 강변에 살을 덧붙이는 재미가 된다.


한 사람은 교수지만 한 사람은 이제 갓 대학교 2학년생, 거기에 이혼한 부모님에 혼자 살고 있다. 당연히 경제력도 貧寒하고 분위기도 우울해보인다. 반대로 교수, 짐짓 잘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편과는 별거중, 물론 그녀도 혼자다. 그렇다고 대충 그 둘을 엮는 건 언감생심이다. 이들의 관계를 조금 가깝게 만들어 준 계기는 아이러니 하게도 제3자다.


이 영화 초반에 강렬한 정사장면이 등장한다. 롱컷으로 생선 비린내가 진동할 것 같은 횟집 남녀의 사랑은 이 이야기를 듣는 주인공들에게 분명 모티프를 제공했던 것 같다. 야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잡았던 손에 힘이 들어가는 연인들처럼.


사랑, 국적도, 인종도, 나이도 극복할 수 있다니, 일사천리격이 되겠지만 이혼도 아니고 별거중인 사회지도층 여사님이 함부로 굴 수는 없지 않겠나. 그러기에 면죄부를 주고 싶은데 그게 쉬워 보이질 않는다. 또 사랑함에 이해해야할 서로의 단점이 발각되는 순간도 등장하는데 그게 조금은 충격적이다.


영화는 크게 두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전개된다. 전반부는 여교수의 입장에서 복사기가 대변하고 후반부는 남학생의 입장에서 디카가 대변한다. 두 사람이 함께있던 시간이 좀 더 길기에 비중은 전반부가 길고 강렬하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는 방법은 많아 보이지 않다.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복사기와 장서희의 독백을 유쾌하게 받아 들이면 된다. 마치 타인의 속마음을 알아챈 것 같은 시원함도 있다.  더불어 횟집 여주인으로 나온 윤다경이라는 배우를 주목해볼만 하다. 그녀의 몫은 스핀오프로 따로 제작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이다.

 

 

 

 

 

 

 

 

 


사물의 비밀 (2011)

Secrets, Objects 
9.4
감독
이영미
출연
장서희, 정석원, 이필모, 심이영, 윤다경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12 분 |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