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숨 - 거친 호흡이지만 행복하기를

효준선생 2011. 8. 27. 02:15

 

 

 

 

언제부터인가 “시설”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가 되었다.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방치된 불우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곳이라는 의미로 운영자는 종교인의 탈을 쓴 모리배인 경우가 많다.

 

 

이들 시설들의 문제는 존재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운영상 각종 비리와 범죄행위가 수용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압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 있다. 간간히 이들 시설에서 불거지는 문제를 다룬 소설과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근래 읽은 공지영의 도가니, 하성란의 A등이 이들 범주에 있는 소설들이고 공지영의 도가니는 영화로 만들어져 조만간 개봉예정이다. 즉,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임에도 누군가에겐 청명한, 누군가에겐 잿빛으로 보이는 하늘. 인간이 인간을 구속하고 겁박하는 세상, 그들이 범죄인이라면 차라리 감옥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숨은 처음부터 현기증이 났다. 핸드헬드로 피사체에 최대한 근접해 찍어 어지럼증이 일었다. 뇌성마비 환자로 추정되는 장애인 수희, 그녀는 시설에서 산다. 다른 수용인보다 상태가 나은 편이라서(그래도 비 장애인의 시각에서는 엄청 불편해 보였다) 시설내 이곳 저곳을 청소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 역시 여자다. 수태가 가능한 나이다. 같은 곳에 있는 남자와의 정사로 아이가 생기고 그녀를 바라보는 영화의 날 선 시선은 이때부터 발휘한다. 원래 이 영화의 모티프는 실화에서 얻어 온 것이라고 한다. 원장은 여자 원생들을 성폭행하고 심지어 임신과 낙태를 반복시킨 무뢰한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원장과 그의 남편인 목사는 얼핏 유사한 일이 있었음을 암시만 할뿐 노골적으로 이야기 구도안으로 끌어 들이지는 않았다. 대신 수희가 스스로 선택한 사랑을 지켜주는 방향에서 접근해 나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편했던 것은 그녀를 도와주려는 외부인들의 시각이다. 그녀를 성폭행(그들만의 추정)한 자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그녀에게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녀의 뱃속의 아기가 마치 있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부각하는 것 같아 보였다.

 

 

다행히 의사의 소견을 곁들여 아기의 소중함을 언급하고 있지만 수희가 영화 초반 분명히 자신의 선택임을 밝히는 장면이 있었다. 비뚤거리는 손놀림으로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여느 여자들과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있었다.

 

 

영화는 거친 호흡을 지속했다. 그녀가 내뱉는 호흡은 관객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래서 하낫둘 하낫둘, 그 호흡을 맞춰 가는 것도 이 영화의 낯선 독법이었다. 주인공 수희역할을 한 배우 박지원도 장애인이며 그녀 스스로가 장애인들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선생이었다고 한다. 분명 쉽지 않은 장면들을 찍느라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옷을 벗고 남자와 정사를 하는 장면도 있다. 의사 소통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거기다 임산부 역할을 해야 했다. 영화 중반 갑자기 어눌하게 “나 안해”(영화 내용과 관련된 부분이지만)라고 하는 부분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게 아닐까 싶었다.

 

 

영화를 보고도 여전히 장애인들에 대한 모종의 편견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소위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들에 대한 폭압적이고 비 인격적인 대우는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