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고스트 보이지 않는 사랑 - 사랑의 화두는 영원하다

효준선생 2010. 11. 23. 00:28

 

 

 

 

 

슬픈 사랑에도 미소짓다.


1990년 그해 한국의 영화 팬은 별로 홍보도 하지 않았던 영화 한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인터넷이 없었기에 그야말로 구전 홍보는 그 영화가 흥행하는데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사정이 이쯤되자 각종 언론들은 이 영화의 힘을 분석해내기 바빴고 그 이후 그 영화는 한국 영화팬에게는 사랑과 관련된 영화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영화로 각인이 되어 있었다.


그 영화의 제목은 사랑과 영혼, 원 제목은 고스트였지만 아무래도 한글제목이 큰 덕을 본 셈이다. 이 특출날 것도 없는 영화 한편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냈을까 그건 죽어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날 수 없어 맴돈다는 한국 고유의 전래 설화와 유사한 설정때문이 아니었을까 거기에 외국 영화배우가 유령으로 분장한다는 것. 또 더티 댄싱으로 상당한 팬을 갖기 시작한 패트릭 스웨이지의 인기를 힘입은 바도 있었다.


지금의 특수효과와 비교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당시엔 물체를 통과하는 기법은 상당히 신기한 것이었다. 죽은 사람이기에 물건을 움직일 수 없는데 사랑의 힘으로 물건을 움직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험한 순간에서 구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 거기에 우피 골드버그가 보여준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는 이미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영화 고스트 보이지 않는 사랑은 바로 일본버전으로 만든 사랑과 영혼의 리메이크 작이다. 동양적 사고가 물씬 나는 원작이긴 한데, 과연 21세기에 보는 20세기의 신파조 사랑이야기가 얼마나 통할지 약간은 의심도 들었다. 게다가 한국 배우의 참가라는 게 혹시 한류스타의 이름값을 슬쩍 끼워 박스오피스를 높이려는 속셈은 아닐까 하는 선입견도 작용했다.


보고 난 심정은 이렇다. 절반은 역시나, 또 절반은 사랑이라는 화두는 세월이 한참 지났어도 변치 않는구나 하는... 영화의 완성도와 관련지어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허점도 많다. 원작에서 보여준 몇가지 인상적인 시퀀스를 모두 가져다 쓰려는 욕심도 보인다. 그러나 아주 오래전 보았던 “어떤” 영화가 있었고 그 영화를 새로운 관점과 배경하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아주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이 영화는 도예를 하는 남자와 자기 사업을 하는 여자의 우연한 만남, 모종의 계략에 의한 여자의 죽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위험에 처한 남자를 구한다는 설정은 원작과 비교해 남녀의 위치만 바뀌고 얼추 비슷하다. 그런데 영매로 나오는 키키 키린의 독보적인 코믹연기가 연달아 웃음 짓게 한다. 그녀는 결코 웃지 않는다. 뚱한 표정으로 상황만 만들어 내는 데도 웃음이 터지게 한다. 또 하나 역시 구천을 떠도는 아역배우의 귀여운 모습도 훈훈하게 만든다.


날씨가 춥다. 때려 부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영화도 매력적이지만 좀 서툴러 보여도 “사랑은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거야” 라는 전제하에 옛날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 괜찮아 보인다. 또 하나 일본에서는 현재 대박 상영중이라니 일본 관객들의 취향은 이렇구나라고 가늠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