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이브의 시간 -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출품작

효준선생 2010. 11. 22. 01:58

 

 

 

미래 사회의 어느날, 나의 개인비서는 내 한마디에 대답을 해주고 원하는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는다. 테크놀로지의 혜택임에 틀림없다. 바로 안드로이드라고 부르는 로봇비서의 이야기다. 물론 경제력의 차이나 혹은 받아들이는 사고의 차이에 의해서 로봇을 둘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은 늘 그랬듯이 사회생활을 한다. 그 주변에 마치 봉건시대 하인들이 그랬듯이 몸종이 따라 붙고 그게 인간이 아닌 로봇이 대신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들에게는 3가지의 규칙이 있다. 오로지 주인을 위해 복종하고 지시를 거부할 수 없으며 스스로 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늘 자신을 보좌함에 소홀함이 없었던 “사미”의 행동이 수상했다. 원치 않은 일을 하며 주인에게 의사를 묻기 시작했다. 늘 같은 레시피대로 커피를 타던 사미는 좀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타오고 혼자 거울을 보며 치장을 한다.


이에 리쿠오는 친구 마사키와 함께 그녀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미가 들른 곳을 발견한다. 바로 이브의 시간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카페. 그 카페에는 출입구에 이곳은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푯말이 세워져있다. 그곳에서 발견되는 좀 이상한 분위기들.

리쿠오와 마사키에게는 이제 차별과 공존의 의미를 말하고 듣는 시간이 주어졌다. 마치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처럼.


영화 이브의 시간은 이 만화영화의 주요 공간인 카페의 이름이기도 하고, 창세기 인간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여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한다. 그럼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고등학생 두 명의 눈에 비친 인간과 로봇의 간극은 그들이 채 깨닫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만들었다. 과연 스스로 자각해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게 로봇에게 가능한 것일까.


만약 보다 극악한 방향으로 흘러 그들이 인간에 대항한다는 설정의 SF영화는 적지 않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로봇은 그렇게 흉악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주인 섬기기에 부족함이 없고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가 인간의 감정을 나눠가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는 비록 로봇을 등장시켜 공존의 가치를 설파하고 있지만 로봇이 아닌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관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렇지 못한 사람의 정서와 욕망마저 지배하려는 속성, 영화의 마지막에는 이 이야기를 모두 들여다 보고 있는 콘트롤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연 그는 이 영화의 결말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일까.


엔딩장면에 이런 스케치가 인상적이었다. 한때는 나를 위해 서비스해주던 로봇들이 신제품으로 교체되면서 쓰레기 장에서 버려지는 모습.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그토록 원했던 고물 로봇이 등장했던 장면에서는 로봇의 일만이 아닌 듯 싶었다.


공상과학만화처럼 보이지만 고감도의 사유와 철학, 사는 것에 대한 가치를 듬뿍 심어 놓은 작품으로 여겨졌다. 이 시대를 사는 나는 마스터인가 아니면 안드로이드인가. 당신은 로봇의 인생으로 살고 있지 않다고 큰 소리칠 자신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