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22블렛 - 이제 착하게 좀 살아보겠다는 사람에게

효준선생 2010. 10. 19. 01:10

 

 

 

 

 

 

20세기 후반 프랑스 어느 중소도시, 아들을 차에서 내려주고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가 의미심장한 음악을 듣던 그는 알 수 없는 괴한들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그의 몸에서 나온 총알은 무려 22개,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소생했고 그때부터 그에게는 누가, 왜 자신을 죽이려고 했는지를 알아야 했고 자신을 테러했던 8명의 행적도 뒤쫒아야 했다.


영화 22블렛은 1980년대 후반 한국 영화계의 큰 주류였던 홍콩 느와르 영화처럼 보였다. 주윤발이나 이수현같은 다소 오버스럽고 액션이 큰 히어로급 주인공을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장 르노라는 출중한 이미지의 배우가 일당백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영화 레옹에서 한 손에 화분을 다른 한 손엔 권총을 든 그의 모습이 떠오르기 쉬운데 사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이미지와 아주 동떨어져 보이지는 않는다. 이 이유는 그가 내세운 해야할 일이라는게 힘없고 나약하기만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으로 등장하기때문이다. 총알이 빗발치고 배신이 난무하는 현실속에서.


혹자는 총알을 스물 두발이나 맞고 살아날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이 영화는 1977년 프랑스에서 실제로 발생한 일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전직 마피아의 우두머리를 지낸 남자, 이제 모든 조직에서 손을 털고 새출발을 하려고 하지만 과거의 동지, (장 르노는 그것을 우정이라고 피력한다.)와 과거 자신의 부하들에게 총알 세례를 받다니, 거기에다 끊임없이 가족들을 위협하는 세력들은 이제 그가 해치워야 하는 운명이 된 셈이다.


영화는 초반 총격을 받은 그가 깨어나면서부터 복수전으로 돌변한다. 혼자의 힘으로 여덟명을 찾아내 복수를 한다는 게 어찌보면 단조롭고 무식하기까지 보이는지, 여기에 두가지의 캐리터를 삽입했다. 한명은 그를 돕는 여자 경감, 그녀의 남편도 전직 경찰로 수사과정에서 사망을 했고 또 한명은 남자를 돕는 변호사다. 이 둘은 남자의 주변을 맴돌며 수시로 치고 빠지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복수혈전이 되었을텐데 8명이 차례로 죽어나가면서도 혹시나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며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말까지 하면서도 남자의 총구는 일말의 자애심없이 발사되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전직 마피아 두목 출신으로 그는 친구의 배신이 가장 큰 실망이 아니었을까 그의 고민이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았고 그를 살해하려는 마피아의 현직 두목 역시 엄청난 당위성은 가지고 있지 않아 보였던 것이 이 영화를 다소 지루하게 만든 요소다.


하지만 느와르라는 말 자체가 프랑스 말인 것처럼 오랜만에 묵직한 남성영화 한편을 본 듯 싶었다. 그리고 프랑스가 안고있는 이민자에 대한 고민도 얼핏 보여주면서 오늘날 우린 이렇게 살아요, 라는 자기 고백이 아닌가 싶었다.


가족이라는 자신이 지켜야할 가치에 대해 온몸을 던져 울타리가 되어준 남자, 그를 죽이려는 남자 역시 가족을 들먹이는 것을 보니 가족이 소중하긴 소중한 모양이다. 가족 해체 시대지만 그런 교훈을 얻기 위해 이 영화를 보라고 하는 것은 좀 잔인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