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저씨 - 모른척 해서 미안해, 그래도 안미워요(강추)

효준선생 2010. 7. 29. 01:13

 

 

 

장면1) 사내는 총상을 입고 지인의 트레일러로 만든 숙소 앞에 앉아있다. 하릴없이 강아지에게 밥을 주는데 그 종류가 죄다 다르다. 이윽고 나타난 지인은 사내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돌아다니며 한 마리 두 마리 주어다 모아 놓으니 그렇게 되었다고...고물상인지 개장수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장면2) 임신한 아내는 미리 차안에 앉아 있고 사내는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는다. 그 사이 트럭이 차를 들이받고 사내도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는다.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그는 잊혀진 채 살게 되었다.


장면3) 속칭 개미굴이라고 불리는 어느 만화가게, 한 여자아이가 잡혀들어와 갇힌 곳이다. 그곳에는 이미 적지 않은 아이들이 쾡한 눈빛을 하고 그 아이를 쳐다본다. 아이들은 앵벌이로 혹은 불법적 거래를 하는데 도구로 사용이 되고 적임자가 나타나면 각막을 도려내주고 목숨을 잃게 된다.


영화 아저씨의 몇 가지 장면들이다. 물론 위의 세부분이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라는 말은 아니다. 대신 이 영화가 말하고 싶어하는 속셈은 이 세 장면을 관통하고 있다.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이는 이 영화속의 잔혹함과 비인간적인 폭력성에, 또 어떤이는 주인공 원빈의 패셔너블한 옷차림과 헤어, 그리고 근육질 상반신 몸매에 더 주안점을 두고 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최근 횡행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그런 영화로 볼 수도 있겠다.


다 옳은 말이다. 대신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겨우” 이웃집 아저씨에 불과한 사내가 왜 그토록 작은 소녀에 매달리며 그토록 험한 액션의 세계에 몰두하는지 그게 궁금해졌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는 단순한 폭력미학적인 액션물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조금 관점을 돌려보면 사내는 어쩌면 좀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놓여있다. 엄마가 없을 때는 밥을 해서 먹이기도 하고, 엄마의 부재시 잠을 재워주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최근들어 한국에서는 딱 오해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엄마도 말했다. 애들 데리고 장난치면 거시기를 어떻게 하겠다고, 그러나 사내의 모습은 그 경계선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플래시 백으로 보이는 그의 과거 트라우마, 훈련을 잘받은 특수 공작원 출신의 그, 영화 초반 머리를 길러 파마를 하고 한쪽 눈을 가린 그는 냉혈한처럼 보였다. 그런 그에게 잠시 다가왔던 평범해 보이는 삶, 그러나 그것이 파괴된 뒤 그는 삭제된 인물처럼 보였다.


미치지도, 누군가에게 분노하지도 않았다. 숨어 있을 뿐이다. 그런 그를 자극하고 일깨우고 심지어 자살까지도 시도하게 만든 소녀, 어쩌면 사내는 그 소녀에게서 죽은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투영해 본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극악무도하다. 방어력이 전혀 없는 아이들을 완력으로 제압하고 심지어 마음대로 생명마저 유린하는 “아주 나쁜” 어른. 그런 자들은 세다. 그것도 아주.


폭력배를 다루는 영화라고 치고도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그들이 내뱉는 언사, 그리고 지금보다는 바로 그 다음이 더 두려워지게 만드는 그들의 협박, 조금의 봐줌도 없다.


그런 그들에게 맞서는 사내에게는 당연히 능가하는 힘이 필요하고 충분해 보였다. 지저분한 액션도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지고 있는 흉기는 그의 것이 되거나 저 멀리 날아가고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당수 실력도 상당하다. 십여초 만에 형사 여섯을 제압하고 경찰서를 탈출할 실력이니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영화, 잔인하다. 나쁜 놈들이 충분히 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 흉흉한 장면을 일순 환하게 밝혀주는 것이 바로 주인공 사내역을 맡은 원빈이다. 마치 액션 히어로처럼 검은 수트를 잘 차려입고 멀리서 다가오는 장면은 같은 남자가 봐도 멋지다라는 소리가 입가에 맴돌게 한다. 물론 관객이 그 장면에서 원하는 복수혈전도 완벽하게 소화해주니 이것이야 말로 영웅의 모습 아닌가.


영화 끝부분에 편집을 조금 서두르는 바람에 나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영화속에서 동남아 용병이 한 명 나온다. 영화 초 중반 이 남자, 사내의 실력에 감탄한 것인지, 아니면 아이에게 연민을 느낀 것인지 하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등장한다. 수술장면에서 칼을 써서 아이를 구해준 것은 분명 그 용병이 맞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역 김새론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축이다. 여행자때도 그렇게 이렇게 험한 영화 한가운데 놓여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녀 특유의 쏘는 눈빛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다음에는 나이에 맞는 착한 영화의 순정소녀로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한국영화의 대들보로 성장할테니 천천히 지켜보는 것이 좋을 듯 싶어서 하는 말이다.


많지 않은 한국영화에서의 느와르 장르, 개인적으로는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아왔지만 영화 아저씨도 그 범주안에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