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인셉션 - 나의 꿈과 무의식을 들킨듯 싶다(강추)

효준선생 2010. 7. 24. 02:12

 

 

 

 

 

 

 

 

영화 인셉션이 화제다. 그 중심에는 놀란 감독이 줄기차게 천착해온 인간의 무의식과 꿈의 경지에 대한 진중한 물음이 있고 또 다소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의 주제에서 관객의 시선을 멀어지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화려한 볼거리도 있다.


그런데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좀 놀라운 일이 있다. 몇가지 시퀀스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분명 내가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아닌가 하며 경탄을 마지 않았던 것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없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 같은데도 다시 제자리로 맴돌거나 어느 좁은 골목안으로 들어갔는데 출구는 점점 좁아져 나올 수 없는 상황등등, 분명 꿈속에서 본 것들이다. 나만의 꿈속에서 그리고 그 꿈속은 기억처럼 자꾸 축적되어 반복적으로 등장했었다.


영화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 안에는 최근의 헐리웃 영화가 만들어내는 그 한없이 가벼운 무게감에 대한 불만도 있을 수 있고, 또 일부 감독의 그만의 현학적인 시각에 대한 싫증의 반격이기도 했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커다란 주제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이 동원되는 장면에서는 넋을 놓고 잠시 다른 곳으로 빠지기도 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코브가 만들어 내는 꿈의 층위는 모두 몇 개인가, 그리고 지금 화면은 그중 몇 단계인가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했다. 물론 영화는 어느 기업의 후계자를 노리는 목적을 지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결코 그게 주제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위 아래에서 맴돌며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주인공 코브의 정신세계를 그리고 있는 영화라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고 디카프리오의 근작이었던 셔터 아일랜드처럼 너무 가라앉아 마지막 반전을 보여줌에도 심드렁했던 것과 달리 매우 경쾌하다.


영화는 정확하게 시작한지 16분이 되면 현실로 돌아온다. 물론 그 현실조차도 꿈인지 또는 꿈속에서 꾸는 꿈인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현실에 가장 가깝다는 설정을 만날 수 있다.

코브는 타인의 꿈속에 자신들이 원하는 “조종”을 심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스스로가 제어할 수 없는 현실속에서의 “구속”에 의해 그는 수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 이후 코브는 조력자를 하나 둘씩 구하고 그때마다 적지 않는 액션이 동원된다. 주인공과 주변의 어시스턴트를 구하는 설정은 히어로물에서 수차례 본 것들인데 이 영화에서 이들은 분명한 그들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심지어 없어서는 안될 역할이다. 당연히 제아무리 타인의 꿈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코브라도 자신을 “깨워줄” 사람이 없다면 그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난 어시트턴트들과 옵저버는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과 그렇지 않음을 구별할 수 없는 딱 그 경지가 있다. 여기서에부터 영화의 이야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물론 영화를 보는 중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영화가 끝날 무렵에서 대사없이 장면만 드러내 주는데 코브의 일그러진 얼굴과 흔들리는 카메라워크로 보여주는 분위기가 정말 압권이다.

또한 영화의 주제가 되어준 한 개인의 꿈의 층위가 과연 현실인지 꿈인지는 결코 해당 장면만 봐서는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영화속에서는 기계와 약물들을 동원, 3개의 꿈을 설계하고자 했지만 결론적으로 모두 5개의 꿈안에서 왔다 갔다 함을 알 수 있다. 이걸 놓치게 되면 이 영화는 어지러울 뿐이다. 그럼에도 긴장과 몰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탁월한 교차편집과 마치 인간의 맥박처럼 끊임없이 둥둥거리는 음악이 한몫한다.


영화에서 “킥”이라는 용어, 그리고 “토템”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미리 좀 알아두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싶다. 마지막 장면, 코브가 늘 지니고 있던 팽이처럼 생긴 토템은 또 하나의 단서를 제공하고 끝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영화 인셉션은 매 장면을 쉽사리 믿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건 이 영화의 주제이자, 당위다. 내가 어제 꾼 꿈은 내가 꾼 꿈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꿈속에 내가 들어간 것인지, 그리고 지금 글을 쓰는 나는 꿈속의 내가 보는 나는 아닌지, 자꾸 장자의 호접몽(나비의 꿈)이 연상되었다. 그 어떤 것이 되었든, 이 영화 간만에 만나는 그야말로 묵직하면서도 오락성도 겸비한 수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