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슈렉 포에버 - 가장으로서 일탈을 꿈꾸는 초록 괴물

효준선생 2010. 7. 8. 00:28

 

 

 

 

 

 

 

 

행복해 보이는 누구에게나 개인적인 쉴 공간은 필요하다. 그래서 그러지 않았나 남자들에게는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하다고, 쉴새없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일을 벌이는 여자들에게는 그런 남자들의 인식이 못마땅하거나 이해가 안될테지만 실상, 혼자만의 휴식은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 이상으로 절실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당연히 이제는 세 아이들의 아빠가 된 피오나 공주의 남편, 초록 괴물 슈렉에게도 말이다.

영화 슈렉 포에버는 전편들을 보지 못한 내게 선택에 있어 약간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흘러온 스토리를 모른 채 봐도 이해가 될까 하는, 그런데 위에 말한 가장의 역할에 대해 슈렉이 반추해본다는 설정이라고 해서 입체 안경을 뒤집어 쓰고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세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슈렉의 일상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인다. 아니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그의 일상은 계속 리와인드 되면서 좀 이상하다. 표정은 일그러지고 아니나 다를까 루틴하기만 한 그가 결국 돌잔치석상에서 완전히 폭발하고 만다.


만화영화에서 긴장국면을 조성하는 악역이 한 명 등장한다. 럼펠, 그는 자신이 마치 파우스트 박사나 되는 듯, 슈렉에게 협상을 제시한다. 당신의 하루를 나에게  달라고, 음...


슈렉의 착각은 바로 이부분이다. 자신 인생에서 단 하루 정도를 넘겨준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인가 하는 것. 그런데 슈렉이 태어나는 그날을 받아낸 럼펠은 그때부터 마수를 뻗치며 자기 하고픈 대로 욕심을 부린다.


영화는 바로 타인의 인생을 가로챈 럼펠과 일상에서 탈출을 시도하려는 슈렉의 밀고 당기는 모험담에서 비로소 방점을 찍는다. 힘으로, 머리로 둘은 치고 받고 싸우지만 그런 것들은 영화의 시각적 재미를 선사하는 부수적인 것들이다. 난데없이 피노키오가 등장하고 카펜터스의 불후의 명곡이 등장하는 것등등...


과연 슈렉은 자신의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계기를 잡게 된 것일까? 혹여 현실에서 누군가가 이런 제안을 해왔을때 나 자신은 확실하게 거부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나 보는 만화영화라고 낮게 봐서는 안된다. 가장으로서 점점 힘이 딸리는 이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슈렉에 투영해 권태로운 일상에 자극을 줘보려는 제작 의도, 오히려 아이들은 아버지 슈렉의 모습에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영화를 끝으로 슈렉은 다시는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슈렉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진짜 다시는 영화로 볼 수 없는지 모르겠지만 슈렉 포에버만 봐서는 만화 영화 슈렉의 가치를 다 알지는 못하겠다.


근데 이 영화 굳이 입체영화로 봐야 하는 것일까? 이 점도 여전히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