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노임팩트맨 - 익숙한 것과의 잠시 결별

효준선생 2010. 6. 30. 00:03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내 주변에는 지금과 비교해서 없던 물건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지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노트북이 대표적이고 프린터나 휴대폰도 전에 없던 물건들이다. 어얼리 어답터는 언감생심인지라 이 정도이지만 만약 어느 순간에 이런 물건들이 곁에서 사라진다면 아마 상당히 당황해 하지 않을까 싶다.


자주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살던 곳을 떠나며 몇가지 물건만 챙겨야 한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까 하고... 내 방을 둘러보지만 그다지 챙기고 싶은 것도 없다. 내 물건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챙겨야 할 물건을 꼽아보자면 그동안의 자판을 두드려 넣은 노트북 정도. 이것도 예전에 노트북이 바이러스를 먹어 먹통이 되고 간신히 복구하면서 중요한 자료는 웹상에 숨겨놓았으니 사실 노트북을 버려도 그만이란 생각을 해본다.


책상과 책장에 수북히 쌓인 그동안 여기저기서 받은 각종 사은품과 비품들도 솔직히 분리수거 한번이면 깨끗하게 비워질 것을 미련이 남아 그러지 못하고 있다. 비우면 비울수록 마음은 채워지는 법인데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보면 큰 사람이 되기는 멀어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영화 노 임팩트맨을 보고 나서 익숙해진 것과의 결별을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이 황당한(?) 다큐멘타리 영화는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남자와 그 가족들이 일년동안이라는 시간동안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비 친환경적 물품과의 제한적 이별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이들 가족의 분투는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하고 일면 좀 아리송한 부분도 없지 않다. 전형적인 뉴요커인 이들 가족은 단계별로 자신들에게 친숙했던 물건들, 우선은 일회용품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없애기 시작한다. 그리고 6개월 뒤에는 아예 두꺼비집까지 내려 버리고 촛불속에서 지낸다.


그렇다고 이들이 은둔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직장에서 커리어 우먼을 잘 생활하고 있고 어린 딸을 양육하는데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남편의 일방적인 제안에 힘들어 하는 아내의 모습도 보이지만 나름대로 잘 버텨내며 오히려 나중에는 아내가 더욱 더 친환경적인 생활 환경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당연히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을 따라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점점 수척해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하나 이들은 친환경적 생활환경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음식을 조리할 때 가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유기농만을 고집하지만 과연 그건 노 임팩트 한 것일까


집안에서 배양토를 만든다면서 벌레가 든 흙을 들여놔 집안에서 곤충들이 돌아다는 것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 집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서면 사람들은 그들에게 쉽지 않는 일을 왜하냐며 백안시하는 것도 문제다. 그렇지만 이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완성할 때 까지 스크린에 보이지 않는 많은 부분은 생략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실행해 옮겨 본다는 것에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행위가 무가치해보이지는 않는다는 동질감은 생긴다.


우선 내 주위를 가득채운 플라스틱 물건이라도 죄다 치우면 시원해 보일텐데...그런걸 보면 공수래 공수거가 진리임에도 인간의 욕심 때문에 우린 스스로가 숨통을 조이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워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