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 남자의 순이 - 코믹영화의 최고의 미덕은 웃기는 것

효준선생 2010. 5. 25. 00:41

 

 

 

 

영화를 보기 전, 다른 일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혹은 피곤한 상태거나 또는 재미있을 거라는 엄청난 기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주 대한 영화가 날 웃게 해줄때가 있다.

이번달도 거진 시사회가 마무리 되어가는 즈음에 꼽아보니 5월엔 비슷한 유형의 세편의 영화가 있었다. 내 깡패같은 애인, 꿈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오늘 본 내 남자의 순이가 각각 그것이다. 저 예산의 영화, 비슷한 장르의 코믹물, 깡패나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들인데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비슷한 유형의, 비슷한 사이즈의 영화가 충돌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세편의 영화중에서 그래도 가장 성공한(?) 영화는 내 남자의 순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완성도나 배우의 인지도나 뭐 그런게 아니라 추구하는 장르에 가장 가깝게 제 값을 해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코미디물은 웃기면 장땡이다. 자꾸 감동을 넣으려고, 자꾸 멜로를 넣으려고 하다보면 한 시간 웃었던 게 모두 허사가 되고 되지도 않는 5분 감동에 손발이 오그라 들기 때문이다.

어차피 어설픈 감동보다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웃게 해주는 게 효자인 셈이다. 혹자는 무슨 이런 싸구려 영화가 다 있냐고도 하겠지만 비싼 영화라고 관객 많이 들고 돈많이 벌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한달에 50여편 정도 선보이는 그야말로 정글속에서 이런 영화, 정말 부담없이 볼 수 있어 좋다.


이 영화를 칭찬하려는 것은 대단한 영화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허접한 영화도 아닌게 특출난 배우도 없이 그저 연극배우 박해미 하나 세워두고도 조연들까지 열심히 합세해서 웃겨 주었으니 난 만족한다.

그동안 코미디 영화에서 써먹은 여러 가지 미장센들이 거의 다 나온게 아닐까 싶게 박박 긁어서 이어 붙이기도 했다. 그게 표절인지 오마주인지 모르지만 그게 참 웃긴다. 줄거리도 하찮지만 상황이 우습다. 한참을 웃다보니 바로 전 상황이 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마치 개콘보고 낄낄거리다 다음 코너를 보면 방금전 웃었던 코너가 무엇인지 기억 못하는 것 처럼, 이 영화는 야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도 엄숙하지도 않다. 어른들이 술자리에서 내뱉는 걸쭉한 음담패설에 또 시각적으로 애들은 가라는 장면도 적지 않다.

그런데 그것도 웃긴다. 실컷 웃고 보니 남는 건 별로 없다. 주인공들은 보석 때문에 난리 법석을 떨지만 난 보석보다 현찰이 더 좋던데...


이 영화에서 주목한 배우가 있다. 박해미나 신이는 잘 알려져 있지만 박해미를 누나라고 부르며 밉지 않은 건달로 나오는 달광역의 심원철이라는 배우다. 전편에서 가장 액션신도 많고 또 몸고생도 많이 했다. 잘 빠진 몸매에 박해미와 신이의 눈동자가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마스크도 여러 장르에서 써먹을 만 하다. 이름을 몰랐지만 엔딩 크리딧 올라가면서 외워두었고 리뷰 쓸때 한줄 적으리라 생각했다. 그가 보여주는 웃음이 이 영화의 절반이 넘었으니, 넘버3의 송강호를 보는 것 같았다.


영화 보고 나오는 젊은 커플인 듯 한데 한마디를 한다. “내용은 별거 없는데 조낸 웃긴다.”

그래 그 말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