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브라더스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트라우마

효준선생 2010. 4. 28. 01:18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공간이 전쟁터 만큼이나 은밀한 곳이 있을까 삶과 죽음이 벼린 종이 끝에 달린 운명처럼 왔다 갔다 하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얼마나 진실스러운 것일까


인간의 본성을 막장까지 밀어붙이고 네가 죽기 싫으면 상대를 죽여야한다는 고통이 엄습했을때도 우린 인간은 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처럼 초연해 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단말마의 고통이 지나갔다고 해서 우리 기억에 자리잡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채 수시로 괴롭히는 정신적 해리상태를 우리는 외상후 스트레스, 즉 트라우마라고 한다.


한 사내가 있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아내를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머리스타일을 보아하니 해병대 군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왜 그곳에서 울고 있는 것일까

시계추를 돌려보자 샘은 2007년 가을 아프카니스탄에 투입되었고 그곳에서 사망했다는 전갈이 들려왔다. 남은 가족들은 슬픔에 힘겨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치유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과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결손된 패밀리다. 그 비어진 틈을 수감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동생이 대신하는 듯 보이며 아연 행복한 모드로 바뀌는 듯 싶지만 내면으로는 그래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 상황이 상처가 다 아물어 새출발을 하려는 듯 보인다면 그건 어린 아이의 동심에서나 가능한 일로 보인다. 어른들의 얼굴은 여전히 가면을 쓰고 상처를 잊어보려는 것 뿐이다.


영화 브라더스는 크게 두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군인의 귀환, 그리고 죽은 형을 대신해 형의 가족을 돌보는 동생, 그런데 그 두개의 축은 완벽한 대응구조를 이루지 못한다. 하나의 축은 다른 하나의 축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철저한 계산에 의해 꾸며진 맥거핀이다. 이 점이 이 영화가 마치 팽팽한 활시위를 당긴 것처럼 시종일관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했다.


영화의 초입에 등장하는 샘은 분명 행복한 가장으로 보였다. 아이들도 그를 따르고, 하지만 전쟁터에 가야한다는 전제는 관객을 포함해 모두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그건 분명 그 전쟁터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거나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하나의 축은 동생의 등장이다. 역시 베트남 전쟁의 참전용사 출신 아버지는 둘째 아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그런 차별적 냉대가 깊을 수록 둘째 아들의 행위는 어긋나야 하지만 굉장히 아슬아슬하게도 그는 형수를 보면서 마음을 고쳐먹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의 마음 속에 형수에 대한 아련한 감정이 있는 것처럼 영화속에서 보여주지만 그거야 말로 관객을 혼동케하는 맥거핀이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관객은 끝까지 과연 시동생과 형수가 “잤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고 이 점은 분명 다시 살아돌아온 형의 눈과 관객의 마음이 동화되기 시작한 중요한 핵심포인트가 된다.


영화를 앞으로 빠르게 돌려보면 형은 다시 살아돌아온다. 하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용사의 무사한 귀환”이 아니다. 그건 샘의 눈동자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전과 달라진 그의 눈동자, 그는 동생과 와이프를 의심하고 아니 세상을 의심한다.


하지만 그가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을 토로할 방법이라고는 동생이 형수를 위해 만들어준 부엌을 부수는 일 밖엔 없었다. 그건 불륜을 징벌하기 위한 폭력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이 파이프를 휘두르며 가했던 전쟁터에서의 폭력을 스스로가 부정하려는 몸짓이었다. 그는 그 장면에서 외친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을 보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고” 과연 이 말은 진심일까 그리고 겨우 살아 돌아와보니 와이프와 동생이 의심스러워 견딜 수 없어 그렇게 폭력적이 된 것일까


단순하게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그런 행동이야말로 끔찍한 사고현장에서 간신히 돌아온 수많은 군인, 혹은 재해현상에서 살아돌아온 수많은 피해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행동유형이다. 트라우마는 끔찍하다. 기억이 존재하는 한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학하고 괴로워 하고 주변인을 괴롭힐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남은 가족들은 줄기차게 생일에 대해 집착한다. 엄마의 생일, 작은 딸의 생일(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것도 바로 이날 큰 딸의 舌禍때문이다), 그리고 삼촌의 생일에 대해 묻는 딸등등. 생일은 태어난 날이자 그들에게는 새출발의 함의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생일은 샘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해 샘은 죽지 않고서는 기억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이고 남은 가족들은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새로운 출발을 모색한다는 선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마치 샘은 세상에서 소외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해 다루어 왔다. 영화 브라더스는 전쟁의 폐해로 인해 한 인간의 정신적 충격을 가운데 두고 가족들이 겪어내야할 동병상련을 섬세하고 촘촘하게 다룬 수작이다. 샘 역의 토비 맥과이어는 이 연기를 통해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며 다른 배역들도 상당한 공력을 보여준다.


冒頭에서도 말했지만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물량공세를 퍼부어가며 폭탄신이나 화려한 영상미로 시선을 끌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과연 샘은 어떻게 변한 것일까, 그리고 동생과 형수님의 관계는 어디까지 진실일까 대해 촉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 힘이야 말로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결정적 포인트다. 


이 영화는 앞으로 심리학의 모범사례로 자주 인용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