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엘라의 모험2: 백설공주 길들이기 - 뒤죽박죽 3류 막장 동화?

효준선생 2010. 2. 25. 00:28

 

 

 

 

 

 

어릴적 유난히 서양의 동화를 싫어했고 그나마 읽었던 것들도 부분부분 떠올라 지금은 제목만 간신히 생각이 나고 심지어 동화가 섞여서 생각이 난다.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중에서 누가 12시 땡하면 인어공주로 변하고 헨젤과 그레텔에 독사과나 콩나무가 나오는지 구분이 안된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사는데 아무 불편은 없지만 유독 미국에서 만들어 들여온 서양편(片) 만화영화를 볼때면 사지가 뒤틀리곤 한다. 저게 맞나하고 말이다. 하기사 누가 나오면 어떤가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시간 때우기엔 이보다 좋은 오락거리도 없는데...

문제는 만화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의 절반은 아이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곤혹스럽긴 하다. 영화를 보는 도중 그 녀석도 뭔가에 흥분이 되었는지 아니면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는지 내 뒤에서 자꾸 좌석을 잡고 흔든다. 어쩔 수 없다. 나도 그 나이때 극장가면 그랬을텐데...같이 온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나무라지도 않고 스크린 삼매경에 빠져있다.


영화 엘라의 모험2: 백설공주 길들이기는 종래의 판타지스러운 공주 시리즈물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아를 떨고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모습에 왕자의 등장만을 기다리다 지친 모습도 큐티하게 보였는데, 여기에 나오는 백설공주는 물론 예쁘지만 좀 괴팍하고 스스로가 엣지있다고 말하며 짧은 스커트만을 고수하는 말괄량이 아가씨로 등장한다.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그녀의 어머니, 즉 왕비는 모든 국민의 환영을 받았지만 미인박명하시고 좀 어수룩해보이는 왕은 무남독녀 외동딸을 어쩌지 못한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공주는 계모가 들어온뒤 스스로 가출을 한다. 그녀가 찾은 곳은 우연찮게도 7명의 난장이들이 사는 집, 그곳에서 개과천선을 한뒤 다시 돌아와 나쁜 마녀급 계모를 어찌 한뒤에 모두 모두 해피하게 살았다는 아주 전형적인 이야기인 듯 싶지만 이 만화는 순간순간 기존의 동화적 문법을 해체하는데 익숙하다.

보는 관객은 “어, 저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설공주는 왕의 딸임에도 봉사활동 대신 나이트를 가서 평민들과 어울리고, 그녀가 만나는 남자도 전형적인 왕자가 아니라 계모의 보디가드를 맡았던 사람이다.

그런 공주를 확 바뀌게 한 난장이들도 좀 이상하다. 백설공주의 시종스타일이 아니라 그녀를 훈계하고 말 안들으면 다시 궁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한다. 게다가 나중에는 나쁜 계모의 재교육의 임무까지 맡았으니...

이 영화는 기존의 백설공주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딴판인 셈이다. 그게 기존의 원작만화에 딴지를 걸려는 것인지 이제 순수한 이미지의 백설공주로는 단말 쓴물 다 빨아먹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 중간 끼어드는 백설공주와 전혀 관계없는 캐릭터들, 예를 들어 잠자는 숨속의 공주, 신데렐라, 아기돼지 3형제, 피노키오등은 극중의 돼지가 말하듯 막장 3류 동화로 전락하는 것을 방치하거나 혹은 블랙 코미디를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뭐, 시도야 나쁘지 않지만 아직 서양동화를 채 다읽지 못했을 5세 미만의 아동들에게 이 영화는 정서적 혼란을 주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엄마, 백설공주가 피노키오의 코를 잘라주는 거 나 영화에서 보았는데” 하고 말이다.”


만화영화는 꿈과 환상을 주면 오케이겠는데 자꾸 어른들의 시각에서 비틀려고 한다면 그건 더 이상 아이들의 만화가 아니지 않을까? 근데 난 이 영화 보면서 한국의 정치권의 어느 여성 국회의원이 생각이 났다. 요즘 승부수를 건 바로 여성말이다. 무려 50여명의 난장이를 대동하고 세를 과시하는 보스의 모습이 꼭 닮았다. 그녀의 모친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