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엘라의 계곡 - 무엇을 위한 전쟁에 우리 아들을 보낸단 말인가

효준선생 2009. 12. 8. 00:43

 

 

 

 

 

 

 

 

 

 

 

전직 군인출신의 행크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두 아들 모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행크는 둘째 아들 마이크가 이라크 전장에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 탈영을 했다는 전화통지를 받는다. 그럴리 없다고 뭔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한 그는 트럭을 몰고 해당 군부대로 찾아간다.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아들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고 내무반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휴대폰 속의 몇장의 사진과 동영상만이 단서로 그에게 남았다. 하지만 그 사진과 동영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영화는 서둘러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로서 아들을 찾으려는 집요한 행동만 연신 보여주었다.


한편 지역 경찰서의 여자 형사는 남자 형사들에게 모멸감을 받으면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행크의 방문을 받았지만 그녀는 일단 그를 돌려보낸다. 하지만 쉽게 처리하려고만 하는 다른 경찰들에 맞서 그는 행크를 도와 아들 찾기에 나서는데, 마이크는 토막살해당한 변사체로 발견되고 만다. 경찰은 군인들을 의심하고 행크는 전우들끼리는 그럴리 없다고 믿는다.


아주 느린 전개로 단서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이내 같은 내무반의 병사들이 자살을 하고 또 자백을 하면서 모든 범죄사실의 실타래는 풀린다.


영화 엘라의 계곡은 변사체로 발견된 아들을 찾아낸 아버지의 분투를 그리고 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스릴러 추리물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에 파견되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일상다반사처럼 되어 누군가는 결국 감각조차 없어지고,또 누군가는 심리적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전화로 구조를 청하지만 전직 군인출신 아버지는 두려움때문이라고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다.


엘라의 계곡은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로 다윗과 골리앗이 싸웠던 장소이며 이 이야기의 핵심은 골리앗은 당연히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다윗은 그 공포를 극한으로 참아가며 맞서 싸웠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진위를 떠나 어쩌면 감독은 미국의 이라크 파병을 골리앗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공포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든 상황하에서의 다윗의 출정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영화속에서는 비유와 상징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골리앗과 다윗 이야기, 그리고 성조기를 거꾸로 달면 국제구조요청이라고 했으며 마지막 장면에 남자는 일부러 성조기를 거꾸로 달면서 지금의 이 무의미한 파병과 그로인한 군인들의 정신적 공황과 피폐에 대한 국제적인 구조를 요청하고 있음을 암시하였다. 마치 항복의 백기를 흔드는 것처럼.


어찌보면 범인찾기와 반전(反戰)에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안에는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 예를 들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마약, 직장내에서의 남녀 차별, 이민족에 대한 멸시를 포함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영화다. 커다란 액션이나 자극적인 효과없이도 왜 무엇을 위한 전쟁에 우리의 아들을 내보내고 그들이 광란의 춤을 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있게 묻고 있었다.


남의 나라 전쟁에 또다시 개입하려는 한국, 그리고 적극적으로 파병을 주장하는 위정자들, 그게 국익에 도움이 될 거라며 설레발치며 미국을 바라보지만 자기가 그곳에 총을 들고 나가 아무런 죄없는 어린애를 죽일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나.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부시의 석유사업을 위한 전쟁이라면 이미 종결된 것 아닌가? 오바마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될 말이다. 한국 군인들도 이라크와 아프칸에 많이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 과연 돌아온 그들에게 한국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래도 잘 이해가 안된다면 하쉬타임이라는 영화를 보기 바란다. 더욱 자극적일테니 말이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미국영화는 패배의 기록을 영화로 남기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걸프전과 이라크 파병이 주로 다뤄질 것 같다.

 

토미리 존스, 수잔 서랜든이 부부로 나와 진중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최근 월드컵 조별추첨에서 화제가 되었던 남아공 출신의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형사로 나와 주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