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동경과 불안이 혼재하는 그 주체로서의 아이들에게는 참 힘든 과정이다. 어른이 되기 싫다고 몸부림을 쳐도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힘든 과정은 스스로 이겨나가지 않으면 안될 미래의 자신의 자산이 되기도 한다.
영화 회오리바람은 질풍노도의 시절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성장통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 독립영화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다보니 며칠전 본 바람과 흡사한 영화일거라는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스크린을 접했다. 그런데 남자 고등학생이 주가 된 바람과 달리 이 영화는 남녀 고딩들의 만남과 부모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의 억누름아래에서 그들이 삐지고 나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태훈과 미정은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교통비가 모자라 거리에서 돈을 빌리는 모습에서 이들의 여정이 순탄치 않겠다는 전조가 엿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쪽 아버지의 호출과 이어지는 상상을 초월한 반응, 결국 다시는 둘이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는 무마되나 싶었는데, 태훈은 미정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한사코 멀리하려는 미정, 태훈은 급기야 학교를 그만둔다는 선언을 하고 집을 나와 중국집 배달을 한다.
하지만 그 일도 쉽지는 않다. 오토바이 사고로 배달을 못하게 된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연락이 되지 않는 미정은 가족과 함께 필리핀 어디로 갔다는 말만 전해듣는다.
영화는 여기서 끝이 났다. 그리고는 그들이 여행을 가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오고 미정의 아버지 궁금해 했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음을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영화는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지만 사건이 많지 않아 굴곡이 없이 밋밋하게 흘러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좀더 자극을 주든가 혹은 여자의 심리묘사도 배려를 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태훈과 미정은 동갑내기로 나오지만 어찌보면 미정이 훨씬 현실감각이 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해 처신도 할 줄 알고 여행가서 결정적인 순간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천둥벌거숭이 같은 남자를 다룰 줄도 안다. 어차피 이 영화가 태훈의 눈으로 고딩의 성장통을 그리기로 작정을 했다면 태훈은 좀 어리석게 나온 셈이다. 그가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외모도 번듯하고 기성세대들이 원하는 대학진학도 요즘같아서는 그리 어렵지도 않으니 조금만 참았다면 사랑하는 그녀와 생이별을 할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
게다가 미정의 아버지가 자신과 부모를 불렀던 자리, 조금만 용기를 냈다면 훨씬 좋은 국면으로 이끌고 나갔을지도 모른다. 정당한 교제를 인정받기 위해 그런 자리는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만들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전제조건은 미정의 아버지가 궁금해하는 “내 딸을 건드렸나?” 이지만 그건 영특한 자신의 딸이 알아서 해결했으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그 나이 또래에서는 여자애들이 남자애들 보다 조숙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혹시 이번에 밴쿠버영화제에서 용호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다음 작품을 만들 요량이면 여고생들의 시선에서의 성장통을 다루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제시해본다.
세상에 아픔없이 클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아픔이 사랑말고도 무지 많다. 조금 기다리면 책임질 일이 많은 성인이 되는 것인데 뭐가 그리 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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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미정역을 맡은 이민지의 인터뷰, 세종대 03학번이라는 놀라운 사실...
http://www.sejongpr.ac.kr/board/bbs/board.php?bo_table=sju_friend&wr_id=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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