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낙타는 말했다 -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다라고

효준선생 2009. 9. 2. 16:32

 

 

 

 

낙타는 말했다의 영어제목은 낙타는 사막을 떠나지 않는다로 되어 있다. 그냥 이대로 영화제목을 달았어도 좋았겠다 싶다. 또하나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중국 현대소설의 걸작 낙타상자가 떠올랐다. 영화 중간 중간 주인공 주영광은 터덜 터덜 마을 길을 걷는 모습이 낙타와 아주 흡사하다. 그의 행동은 세상에 무서울 게 뭐 있겠나. 내 방식대로 살면 그만이지라는 표현을 하는 것 같았다. 또 곁에 풀만 있으면 낙타처럼 질겅질겅 씹는 것도 의도한 연출이겠지만 낙타와 하등 다를게 없어 보인다.

 

낙타가 상징하는 무엇일까? 낙타는 바닷가나 밀림보다는 사막이 가장 어울린다. 다시 말해서 농삿꾼은 정직하게 땅파먹고 살아야 하겠지만 엉뚱한데 눈을 돌리면 결국 파국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이름도 참으로 기구한 주영광은 개발붐이 일어나 경기도 어느 마을 주민이다. 사건을 저지르고 출소해보니 어머니는 약간의 유산을 남기고 사망했다. 오랫만에 동네를 돌아다니던 그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 건 마을이 개발이 되면 지주들이 보상금을 두둑하게 챙길 수 있다는 기획부동산업자의 농간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유산으로 땅을 사고 보상금 받을 날만 기다린다.

 

그는 갈치장사를 했지만 사람을 두들려 패고 파출소에 가거나 새로 결혼한 아내의 행실을 의심해 밤낮없이 폭행을 일삼는다. 동네 가게에 들어가 쌍욕을 하고 술먹고 비틀거리다 개울창에 빠지기도 한다. 또 가짜 연료보조제를 팔아 단속반에 쫒기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없다. 입만 벌리면 욕지거리를 해대고 지나가는 사람과 언제라도 싸울 태세가 되어 있다.

 

이 모든 번잡함도 땅만 팔리면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라고는 비관적인 것들 뿐이다. 어하루는 그가 사둔 땅이 기획부동산업자들의 사기 행각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는 집에 있던 농약을 집어든다.

 

낙타는 사막에 살고 풀을 먹어야 살 수 있다. 그 환경을 떠나서는 제 명에 살 수 없다. 그럼에도 주인공 주영광을 그렇게 거칠게 인생의 코너로 몰아부치는 것이 단순히 그가 성격이 괴팍하고 주변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어서라고 할 수 있을까? 전처는 병상에 있고 동생은 그를 왕무시한다. 그러니 그는 더더욱 불로소득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영화 속 모습이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에 부딪친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그냥 그자리에 있는 땅을 볶아서 돈이 나오는 구멍을 만든건 우리 아니던가 그 구멍이 알고 보니 한 인생을 갉아먹는 수렁이라는 사실을...

 

몇해전 고위관직자리에 내정된 한 인사가 자기는 땅을 사고 팔아 이득을 취한게 아니라 자연의 일부를 땅을 사랑한 거라는 명언을 남기고 사라진 일이 있었다. 그녀는 그땅을 정말 사랑했을까? 주영광처럼 거기에 나무 심고 소키우며 보상금이 나오길 바라지는 않았을까?

 

주영광처럼 그곳 출신도 혹하는 마음인데 서울 고급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땅을 사랑한다니...얼토당토 하지 않는 말이다.

 

시사성이 강한 영화였지만 지나친 정사장면과 욕이 남발하는 장면은 좀 걸러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