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날아라 펭귄 - 어쩜 이렇게 내 주변의 이야기와 꼭 닮았을까?(강추)

효준선생 2009. 9. 1. 01:26

 

 

 

 

 

 

우생순의 임순례 감독이 다시 움직였다. 영화 펭귄이 날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현상을 99% 현실감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무척이나 유쾌한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촌철살인의 유머와 본인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에피소드별로 나누어 스크린에 담아냈다.

옴니버스라면 기억이 단절되는 단점이 있겠지만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교차하며 주인공이 되는 특이한 구조를 담고 있다.

즉 문소리는 1편과 2편에 손병호는 2편과 3편과 4편에 등장하는 식이다.

 

또하나는 생짜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없이 스크린에서 브라운관에서 늘 보던 낯익은 배우들이 다양하게 출연함으로써 부담감을 많이 들어냈다. 드라마 게임이나 베스트극장 처럼 말이다.

 

보기전에는 큰 기대를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시작 3분 정도 지나서 사운드 문제로 처음부터 다시 돌려 봐야 하는 해프닝도 있었기에 재미없으면 잠이나 자다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조금씩 살이 붙어가던 영화는 바로 내 동생가족, 그리고 나의 사회초년병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대로 흘러나왔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바로 내 얘기가 아닌가.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를 무려 6군데의 학원에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선행학습에 영어마을까지 보내려는 엄마, 거기에 반대하는 아빠, 중간에서 눈치만 늘어버린 아이답지 않은 아이...영어마을이 아닌 강릉바닷가에서 신나게 축구놀이를 하는 아이...

 

채식주의자이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신입사원...정말 공감이 간다. 조직생활을 힘겨워 하는 그이지만 나름 요령있게 잘 적응해나간다. 어느 조직이나 그런 사람 하나 있지만 신입사원역의 최규환은 바로 최주봉의 자제이고 그를 은근히 갈구는(?) 역할은 최근 영화 국가대표에서 해설자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잘 소화해냈다.

 

아이들은 엄마와 같이 해외로 간지 4년, 기러기도 못되고 펭귄처럼 살아가는 아빠, 오랜만에 돌아온 가족이지만 자기만 외톨이가 된 느낌의 아빠, 고독이 싫었던 아빠는 혼자 지내면서 탈모에 노안이 왔다고 신세한탄을 하지만 오랜만에 본 아내는 남들도 다그렇다고 하면 잠자리마저 거부한다.  아빠역의 손병호, 영화에서는 늘 악역으로 나왔지만 최근에는 소시민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에 나온 그를 인상깊게 보았는데 여기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손병호의 극중 부모로 등장하는 박인환과 정혜선 두말이 필요없는 훌륭한 배우아닌가. 그들은 황혼이혼의 위기에 봉착한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남성우월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주변의 조언에 의해 스스로의 자각에 의해 조금씩 변화해가는 그를 보며 한국의 아버지들도 쉬운 역할은 아님을 또 다시 깨닫게 된다.

 

에피소드가 무려 4편이나 되다보니 러닝타임이 무척 길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깜짝 놀라고 또 한편 웃음도 수시로 터져 나오는 장치때문이다. 물론 그 웃음은 억지 웃음이 아니라 맞아 맞아를 연발할때 나오는 웃음이리라.

 

좋은 영화를 들고 다시 나타난 임순례 감독과 스텝...오늘 시사회 시간이 너무 늦어져 감독과의 시간 직전에 자리에서 먼저 일어섰는데 입구에서 다소 초조한 모습으로 엔딩 크리딧을 기다리고 있었다. 잘 될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