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안경 - 나도 저곳에서 저렇게 살아보고 싶어

효준선생 2009. 8. 21. 00:04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많은 영화가 배경은 아름답게 찍어 담을 수 있지만 그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안경을 보면서 나도 저기서 바로 저 사람들 처럼 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어느 시골인듯 싶은데 세상에 그런 바다가 없을 것 같고 세상에 그런 여유로운 여관이 없을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아주 어릴적 여관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이 있다. 아마도 온양으로 기억한다. 마당에는 연못이 있고 그안에는 금붕어가 놀고 있으며 안쪽 내실에는 다다미로 깔린 바닥이 있었다. 어릴때는 다다미가 낯설기도 하겠지만 친척 할아버지네가 여전히 다다미방을 고수 했었기 때문에 아주 낯설고 불편하지는 않았다.

 

영화 안경에 나오는 방도 다다미 방이었다. 백옥처럼 하얀 이불, 그로 문을 열면 멀리 바다가 보이고 가정식 식사처럼 간소하고 정갈한 반찬들, 조금 지나칠 정도의 과장된 친절, 여관주인이 하는 말 처럼 이곳에 관광할게 없다. 그저 젖어들기뿐...

 

젖어들기라는 말, 멋지지 않은가. 어느 곳에 가도 인공적인 시설물을 만들어 놓고 푯말 박고 입장료 내야 볼 수 있는 관광지들, 둑을 쌓고 보를 설치하고 배를 띄워야만 관광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는 아무개와 그 허수아비들, 그보다 자연과 함께, 자연을 해치지 않고 우리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할 수 는 없는 것일까?

 

그 마을에 유일한 소일거리는 봄이면 이곳에 찾아오는 아줌마가 만든 팥빙수를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팥빙수값도 정해진 게 없다. 얼음장수는 얼음으로 아이는 종이인형으로 여관남자과 학교선생은 만돌린 연주로 값을 치룬다. 만약 나는 속물처럼 지갑을 털지는 않을까?

 

영화 안경은 등장인물 모두가 안경을 쓰고 있어서겠지만 그들의 시각은 세파에 찌든 도시민들과는 좀 다르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듯 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요시노 이발관이 3부작중 한 편이라는 말에 나머지 두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일본 문화진흥원에서 볼 기회가 생겼다. 나머지 한편인 카모메 식당은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데 그날을 기대해보려고 한다. 보고 싶은 영화가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은 흥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