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독 - 지은 죄가 있으니 행복할 수가 있겠나

효준선생 2009. 8. 13. 01:24

 

 

 

 

 

 

공포영화나 탐정영화에 주로 사용되는 용어중에 맥거핀이라는 게 있다. 일종의 단서가 되는 장치를 말한다. 쉽게 눈치 채기 어렵지만 장르중에서 특히 공포영화에 많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데 관객들이 그 물체에 집중을 하게 해서 극의 긴장도를 고조시키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게 된다.

 

오늘 본 영화 독은 이런 점에서 맥거핀을 너무 많이 사용한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한국의 공포영화(폭 넓게는 스릴러물)는 이런 맥거핀을 한두가지에 집중해 아예 그것을 제목으로 단 것들이 많다. 여고괴담 시리즈물, 불신지옥, 요가학원등, 그런데 독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장치를 한꺼번에 소화하려다가 제대로 체한 것 같은 아쉬움을 남겨 버렸다.

 

영화의 등장인물의 눈에 주목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인물 포커스는 부리부리한 눈, 마치 광선이라도 쏠 듯한 눈빛을 하고 카메라를 응시하게 했다. 이때문에 누군가는 악역이고 누군가는 죽어야 할 운명인데 그 구별이 쉽지 않았다.

 

둘째는 물이다. 공포영화 치고는 확 오는 공포스러운 장면이  드물었는데 대신 물의 등장이 기분나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윗층에서 떨어지는 물, 그리고 어항, 녹물, 어둠속의 강등등,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확실히 단서가 되어 준 것이 없다. 노파가 흘린 물로 보이는 정체 불명의 물, 깨질 것으로 생각했던 어항, 영원히 미제로 남았던 아파트 녹물, 어둠속의 강물로 뛰어들었다고 생각한 모자, 하지만 토막살인을 연상케 하는 남자의 동선...마뜩치 않다.

 

셋째, 임산부...여성은 가냘프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하지만 임산부는 역시 깨지지 쉬운 유리알처럼 보인다. 모성의 갈구때문인지 영화속 임산부의 동선은 매우 불안해 보였다.

 

넷째, 아이...언제 부터인지 어린 여자아이가 공포의 요소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주온, 오펀등을 거치면서 자주 등장하는  꼬마 소녀는  이영화에서는 그저 동생을 시기하는 그런 여자아이로 그려졌다. 하지만 처음엔 마치 노파의 빙의인것 처럼 혼란을 주고는 뒤로 갈수록 유야무야 해버리고 말았으니...

 

다섯째, 이 영화 보면서 불신지옥이라는 제목은 이 영화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개신교 신자들이 나와 안수기도를 하는 장면은 나 같아도 욕을 하고픈 심정이 들었다. 허나 특정 종교도 이 영화에서 필수조건은 아닌듯 싶었다. 마치 나쁜 사람 하나 넣어야하는데 종교인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시도처럼 보였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맨마지막을 봐야한다. 존속살인을 통해 부를 얻은 남자, 처음엔 행복해 보였지만 조금씩 그를 압박해 오는 불행의 시작, 누구의 짓도 아닌 어쩌면 스스로의 심리적 공황이 만든 자책감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제목 독은 흔히 포이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항아리인 독을 말한다. 왜 독이라고 했는지 영화 초반쯤에 남자 주인공과 관련이 있음을 언급한다. 하지만 영화 전체 흐름과 필연성은 없다. 포이즌도 영화에 나오긴 한다. 잘 찾아보시길...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는 것은 무서운 장면이 언제 나올까 기다리다가 지쳐서 일게다. 아무리 무서운 것을 봐도 무덤덤해지는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요즘 공포영화가 밋밋해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