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때 감독 이름 석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어보는 게 바로 감독 이름 석자다. 외국인 감독은 그 이상이 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영화제 수상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이 만든 영화가 들어왔다.
그의 작품들은 일단 신선하다. 그리고 위트가 넘치다 못해 상상력의 한계가 어딘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만큼 상식적으로 이해불가한 시퀀스를 다량으로 집어 넣는 감독도 그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영화제는 그의 손을 자주 들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또하나 한국의 영화팬에게 동구권 영화는 아직은 많이 낯설다. 그 이유는 영화가 재미 없다기 보다 많이 접하질 못해서다. 투박한 필름 보정, 낯선 배우, 그리고 정서적으로... 하지만 영화만큼 이문화 수용자들간의 간극을 좁여주는 게 없다. 미술이 그럴까? 음악이 그럴까? 영화는 거의 모든 시각적 요소를 몰아 넣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그로서 보고나면 저 동네 사람들은 저렇게 노는 구나 하고 한층 다가서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영화 약속해줘는 일단 뭘? 이라는 의문사가 튀어 나온다. 제목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약속해달라는 것이고 그 내용은 세가지다. 하나는 종교적으로 물상으로 보이는 성물화, 둘째는 도시의 기념품, 셋째는 어린 손자에게 어울리는 손주 며느리감...
그런데 이 할아버지 그냥 늙수구레한 영감이 아니다. 발명가에 응큼하고 너스레도 잘떤다. 동네 노인정에서라면 최고의 히트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부탁을 들은 손자 차네는 그러겠다고 하면 소를 팔러 도시에 간다. 하지만 도시 물정에 적응못하고 휘둘리다가 아름다운 아가씨 아스나를 만난다. 그녀의 집안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소위 유락과 관련된 엄마, 포주를 겸한 사채놀이꾼은 호시탐탐 아스나를 노리고 있는데...차네는 빠박이 형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가면 악당을 물리치는데...과연 할아버지의 부탁대로 아스나를 신부감으로 데리올 수 있을까?
영화는 언제나 흥겨운 음악과 함께 하고 있다. 아마도 동유럽, 옛 유고슬라비아의 민요로 보인다. 지금은 여러개의 소국으로 쪼개져 있지만 유고라고 하면 스포츠도 잘하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감독 역시 보스니아 출신으로 힘든 현대화를 겪었겠지만 그가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는 최고라고 할 정도로 기가 막히다.
간혹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여성 비하적인 장면과 언사가 등장하지만 이 점만 빼놓고 보면 이 영화는 컨트리풍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정의 할 수 있겠다.
러닝타임이 130분으로 좀 길기만 경쾌한 템포의 진행과 뒤로 갈수록 빈번하게 터지는 유머 코드로 인해 금새 시간이 가버렸다. 낯설지만 마음을 열어놓고 함께 낄낄거릴 준비가 되어있다면 동참해도 좋을 듯 싶은 영화 약속해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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