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빠의 화장실 - 우리도 잘살아 보고 싶었는데...

효준선생 2009. 6. 26. 00:34

 

 

 

6월 25일 육이오사변이라고 해왔던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이다. 그런데 더 우울한 일은 오늘부터 각 영화관에서는 대한 늬우스가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 내용은 4대강 살리기의 정당성 홍보물이라고 한다. 영화표를 받고 영화 시작직전까지 밖에 머물다가 들어갔다. 왜냐하면 꼴보기 싫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 대한늬우스를 하지 않았다. 역시 개념있는 하이퍼텍나다다..ㅋㅋ

극장 하이퍼텍나다는 동숭아트홀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나도 1991년인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추운 겨울 이곳에서 애들이 줄었어요를 본 기억이 난다. 정말 오랜만에 간 곳이지만 새록새록 추억처럼 떠오른다.

 

오늘 본 영화 아빠의 화장실은 자기의 청결을 위해 화장실을 갖고 싶어하는 아빠의 분투기가 아니다. 가족이 바라는 소박한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화장실을 운영해 돈을 벌려는 이 시대의 아버지의 평범하지만 눈물 겨운 이야기다.

1988년 실제로 우루과이와 브라질의 접경마을인 멜로에 교황이 방문했다. 자전거를 이용해 소규모 밀수를 해가며 먹고사는 아빠의 꿈은 오토바이를 사는 것이다. 엄마의 바람은 세탁용 녹말과 전기세를 내는 것, 그리고 딸의 희망은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아빠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교황이 오면 외지인들이 몰려올 것이고 그렇다면 그들은 화장실을 이용할테고 일인당 조금씩의 이용료를 받아도 금방 목돈을 만질 수 있으리란 희망이 싹텄다.

하지만 아빠의 수중에는 밑천이 없었다. 엄마가 숨겨둔 약간의 돈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아빠는 자신이 밀수를 할때 욕을 했던 단속반장을 찾아가 그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 그리고는 수당을 받아 그것으로 화장실 벽돌을 산다.

교황이 오기 전날까지도 가장 중요한 변기를 사지 못했다. 전정긍긍하던 아빠는 당일에서야 변기를 사는 데 성공했다. 마을에 교황이 온다는 소식에 온 마을 사람들은 없는 돈을 내서 음식도 내다 팔려고 하고 기념품도 만들어 내놓았다.

그들의 소박한 꿈은 이뤄질까 아니면 마치 부도맞은 중소기업처럼 엉망이 될까?

 

이영화는 주인공 아빠의 가족의 사랑이 주요한 테마이지만 아주 교묘하게 당시 남미 국가에 불어닥친 자유경제주의를 꼬집고 있다. 우리는 남미 여러국가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계획경제에 가까운데 사회주의가 종교와 정치 그리고 문화와 어울어진 체제에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자본만능주의가 불어닥치면서 너도 나도 선부론 주창자가 되었지만 남는 것은 잘 사는 사람에 의한 수탈과 빈부격차의 심화일 뿐이었다.

 

이 영화 스페인어가 공용어지만 그다지 보기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딸 역할의 배우의 연기는 흡족했고 현지 마을 사람이 배우로 나왔다고 하는데 마지막 자신들이 만든 물건 옆에서 풀 죽은 모습의 시퀀스는 훌륭했다.

그리고 엔딩 크리딧에 나오는 현실은 조금 허탈하게 만든다. 꼭 보시길... 

원제목에 나오는 papa는 스페인어로 친아빠가 아닌 교황이라는 뜻도 있다. 극중에서도 교황을 일컫어 papa로 칭한다.

그렇다면 교황때문에 만든 화장실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