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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험한 상견례 2 - [리뷰]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효준선생 2015. 4. 24. 07:30

 

 

 

 

 

 

 

문당호대(門當戶對)라는 말이 있다. 남녀가 사랑해서 일가를 이룬다지만 결혼은 인륜지대사로 집안끼리의 결합으로 어울리는 지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사랑이 모든 가치 앞에 오는 세상이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지만 양 쪽 집안이 일방적으로 기울어진다든지, 혹은 정서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경우엔 결혼을 한 뒤에도 시끄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걸 적지 않게 목도했을 것이다.

 

 

사랑만 먹고 살 자신이 있다고 해서 결혼을 하겠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예비신랑과 신부 집안, 주고 받은 정이 있는지라 이제 와서 연을 끊고 살 수도 없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야 할 남자는 아직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못한 형편이니 여자가 평강공주 역할까지 해야 해서 과연 이 결혼 성사나 될 지 궁금하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 2는 그동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남녀간의 밀고 당기는 연애 이야기를 코믹하고 재치있게 영상으로 옮기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해온 김진영 감독의 신작이다. 청담보살에선 종교인과 형사의 사랑을, 동명의 전작에선 송새벽과 이시영을 내세워 영호남 커플이 어떻게 어렵사리 사랑의 결실을 이루어 가는 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영화는 도둑과 경찰 가문이 사돈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타진한다.

 

 

기본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유독 가족이나 주인공 커플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역할에도 신경을 써두었기 때문에 가족 드라마 같기도 하고 쉴새 없이 쏟아져 액션 신으로 인해 눈요기거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경찰과 도둑이라는 직업의 특성을 살려 잡는 장면들과 훔치는 장면에서의 기발함이 돋보이는데 기존의 한국 케이퍼 무비에선 보지 못했던 설정들이 다수 등장하며 일방적으로 수세에 처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도둑 집안의 빛나는(?) 활약상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

 

 

대개의 경우엔 먼저 남녀가 사랑을 하고 나중에 양갓집에 소개를 할 때 정체가 들통나게 만드는 마련인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경찰집안과 도둑집안의 만남임을 밝히고 시작한다. 물론 사고 현장에서 생명의 은인에 대한 고마움에서 싹튼 사랑으로 추정되지만 일단 남녀 주인공의 비주얼이 뭘 해도 반할 정도로 출중하다는 데 또 하나의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남자의 경우 깡무식하고 부모가 도둑이라는 결정적인 핸디캡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사랑을 얻기 위해 경찰이 되겠다며 수 년간 고시생으로 지내는 남자를 보면서 단순한 건지 아니면 애초 부모의 피를 물려 받지 않은 것인지 의아하지만 기왕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도둑질보다는 경찰이 떳떳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서 내세운 경찰과 도둑 집안의 이 결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돼가 아닌 노력하고 애를 쓰면 그 어떤 사랑도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사랑 찬가에 더 가깝게 만들어 놓았다.

 

 

단순히 결혼을 반대하기 위해 하나 있는 아들의 경찰관 합격을 방해하고 심지어 각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모를 보니 아들이 추구하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부모만의 욕심인가 싶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면 자신들만의 특기(?)를 살려 아들을 뒷바라지 해주는 모습으로 바뀌는 걸 보니 그래서 부모 마음이구나 싶기도 하다.  가진 것 없어 제 몸 하나 간수하는 것도 힘들어 이것 저것 포기하고 산다 하여 불리는 삼포세대들에게 이 영화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결혼은 해볼 만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 영화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 같다.  경찰과 도둑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닐지라도 사소한 이유로 자신들의 사랑을 의심하는 커플들에게 재고(再考)의 단초를 마련해 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위험한 상견례 2 (2015)

8.8
감독
김진영
출연
진세연, 홍종현, 신정근, 전수경, 김응수
정보
코미디 | 한국 | 119 분 | 2015-04-29